우선매수권 부여에 부정적 입장
전문가 "실질 대안 못 돼" 우려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피해 매물의 경·공매 중단을 지시한 지 하루 만으로 부처뿐 아니라 전체 금융권까지 포함돼 실질적인 구제방안 및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9일 정부 부처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를 소집해 ‘전세사기 피해지원 범부처 TF 회의’를 처음 열었다. 회의에는 은행연합회, 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금융기관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통령 지시사항인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경·공매 유예 실행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중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는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민간 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의 경우 최대한 경매절차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여의치 않으면 추가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입수해 은행, 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송부할 예정이다. 금감원 감독대상이 아닌 새마을금고는 소관부처인 행안부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해당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담보로 취급한 금융기관은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 여부, 경매 여부와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하면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매각 연기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같은 대책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증보험을 늦게라도 받을 수 있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부 피해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닌 경우에는 해당 주택에서의 거주기간을 연장해주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가 민간 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방법도 쉽지 않다”며 “솔직히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에서는 기금 마련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존 전세대출을 연장해 장기대출로의 전환이나 중복대출을 허용하는 등의 대안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기존 대출을 연 1~2%의 저금리로 낮춰주는 대환대출을 내놓겠다고 했다. 24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다음 달 15일 KB국민·신한은행, 29일 NH농협은행, 6월 5일 하나은행 순으로 출시한다.
새마을금고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해 이날부터 전세사기 대상 주택에 대한 경·공매를 유예하고,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전세 대출이 있으면 이자율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사는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정부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대출을 지원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순위 채권자의 권리관계를 방해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주택 경매가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도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당장 내놓는 대책들이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 “정부가 피해 임차인 주택을 매입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있지만, 재원 마련이나 법률 개정 등 문제가 있는 만큼 장기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