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본...그 이유는 ‘혁신가의 딜레마’

입력 2023-04-17 13:35수정 2023-04-1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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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업체, 판매량 상위 20위권 ‘全無’
테슬라 130만 대 판매·도요타는 2.4만 대 그쳐
하이브리드 약화시킬 수 있는 기술 수용 주저
수소연료 전지에 초점 맞춘 것도 패착

▲콘야마 마나부 한국토요타자동차 대표이사가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PHEV)을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이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적시 생산 방식을 개척하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을 주도하는 등 자동차 산업의 최전선에 있었던 일본이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16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했다.

전기차는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현재 앞서나가는 기업으로는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BYD) 등 전기차 전문 업체와 독일 폭스바겐과 같은 전통적인 자동차 대기업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닛산과 미쓰비시가 10여 년 전 세계 최초의 전기차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상위 20위권 안에 드는 업체가 없다. 지난해 테슬라가 130만 대 전기차를 판매했을 때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2만4000대 판매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경쟁에서의 부진이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수출의 약 20%와 일자리의 8%를 차지한다.

경쟁에 뒤처진 일본 업체들은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도요타의 사토 고지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7일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서 “2026년까지 10종의 새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5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혼다는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소니와 전기차 합작사도 세웠다. 앞서 닛산은 2월 “2030년까지 19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이 전기차에서 뒤처지는 것은 ‘혁신가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과거 일본 자동차 업계는 자신들이 선도하는 하이브리드 등의 분야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술(순수 전기차)의 수용을 주저했다.

‘탈탄소’ 방법에 대해서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 일본은 수소연료 전지가 자동차를 전기화하는 선도적 방법이 될 것이라 믿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을 ‘수소사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수소는 아직 승용차를 전기화하는 기술로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환경 경영 컨설턴트인 무라사와 요시히사는 “일본 업체는 도쿠가와 쇼군 시대의 폐쇄된 국가와 같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며 “이들은 일단 뛰어들기만 하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과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전기차를 만들려면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해야 하지만, 일본 기업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를 우선시한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유럽,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있는 반면, 일본의 움직임은 아직 소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신차의 100%를 전기차로 할 것을 요구했지만, 여기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포함돼 있다. 수소 차량에 대한 보조금은 전기차보다 많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계속해서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을 유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본 자동차는 한때 뛰어난 연비로 친환경적이었지만, 이제는 기후변화에 부정적 대응을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그린피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일본 3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 혼다, 닛산은 탈탄소화 노력에서 세계 10대 자동차 기업 중 최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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