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금값에도…정작 금은방 찾는 발걸음은 '뚝' [르포]

입력 2023-04-13 13:57수정 2023-04-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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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전아현 수습기자 cahyun@)

“금값이 오르는 초기엔 금을 팔러 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최근엔 그마저도 줄어든 느낌입니다. 손님이 평소의 30%로 줄었어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에서 만난 금은방 업주 A씨가 이같이 토로했다.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지만 정작 금은방을 찾는 손님의 발길은 뚝 끊긴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7일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은 8만6330원을 기록하며 KRX 금시장을 개설한 2014년 3월 24일 이후 역대 최고가를 썼다. 연초 7만5150원이었던 금값은 4개월여 만에 15% 가까이 폭등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고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쏘아 올린 은행 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대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금값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는 지난해와 달리 약세를 이어가는 데다 긴축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금리가 하향 안정화한 점도 금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KRX 금시장에서 거래 실적이 있는 활동 계좌 수는 직전 달보다 53.3% 급증한 1만9958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거래 규모도 1004억 원에서 1719억 원으로 71.2% 늘어났다.

금융시장에서는 ‘금테크’(금과 재테크의 합성어)가 주목받고 있지만 귀금속 업계는 높아진 금값과 소비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일 찾은 귀금속거리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산한 모습이었다. 종로3가역 인근 대로변 매장에는 2~3명꼴로 손님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다수였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소매점을 운영하는 우솔 씨는 “금값을 문의하는 손님은 많지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금을 팔러 오는 손님이 간간이 있지만, 10명이 문의하면 실제로 파는 손님은 6명 정도에 그친다”라고 했다. 우 씨는 “시장이 돌기 위해선 수요와 공급이 있어야 하는데 수요가 없어서 문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문현호 수습기자 m2h@)

소매점이 모여 있는 주얼리센터도 활기를 잃었다. 아기 금반지를 사러 온 손님들도 가격을 들은 후 “좀 더 둘러 보겠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했다.

센터에 입점한 상인들은 “평소에는 한 돈에 200~500원 정도 오르던 게 어제, 오늘부터 3000~4000원씩 오르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금은방 업주 한창섭(64) 씨도 “금값 변동성이 너무 커서 걱정”이라며 “도소매 업자들 입장에서는 금 가격이 빨리 안정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귀금속 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연말까지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은행 위기로 인한 경기 개선 지연 우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상승으로 금 상승 여력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거리 (김은재 수습기자 silver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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