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의 재발견…'해체에서 적극 활용으로'

입력 2023-04-09 13:19수정 2023-04-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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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대강 보 물그릇 활용' 추진 계획…가뭄·녹조 맞춰 개방·수위 탄력 운영
'녹조 심할 땐 해체·가뭄 시엔 물그릇 활용' 목소리 커져

지난 정부에서 해체 결정이 내려졌던 4대강 보가 정권이 바뀌고 50여 년만의 최악 가뭄이 찾아오자 그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라는 특명을 내리고 정부는 '4대강 보의 물그릇 활용' 정책을 발표, 개방과 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추진 계획까지 밝혔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4대강 물그릇 론'은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로 활용됐다. 보 설치로 물그릇을 키워 강에 물이 많아지면 오염물질을 희석하는 효과가 있어 물이 맑아질 뿐만 아니라 저장된 물을 통해 가뭄에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4대강 보는 정권 교체 후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 오염의 주원인으로 꼽히며 해체나 개방 정책의 대상이 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1월 금강과 영산강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개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반대하는 주민을 의식해 해체 시기는 확정 짓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공을 넘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을 찾아 가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이후 정권이 바뀌자 상황이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가뭄 대책을 주문하면서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환경부도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 때 "4대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히는 등 4대강 보의 존치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문 정부가 추진한 금강과 영산강 보 상시 개방·해체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 등 남부지역에 50여 년만의 최악 가뭄이 이어지자 4대강 보 활용 정책은 급물살을 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물 공급체계 조정, 대체 수자원 개발로 하루 61만톤 용수 추가 확보 등 중장기 가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이달 3일 '광주‧전남지역 중장기 가뭄대책' 주요 방향을 발표하면서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보 수위 상승으로 본류와 지류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 가뭄 대응 용수를 공급, 이를 통해 4대강 보 영향 구간에 위치한 70개의 취수장‧양수장과 71개의 지하수 사용지역에 생활‧공업‧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보낸다는 내용이다.

발표 하루 만에 '댐·보 등의 연계 운영 중앙협의회'에서 '댐-보-하굿둑 연계 운영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추진계획의 핵심은 4대강 보의 활용 극대화다.

환경부는 그간 4대강 보는 개방 일자와 수위 등을 미리 고정해 획일적으로 운영, 가뭄 대응 등 본연의 이수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물 위기 대응에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댐, 보, 하굿둑 등 하천시설을 이수, 치수, 염해방지 등 시설별 목적에 따라 개별적으로 운영해 상·하류의 통합적인 관리가 부족했고 가뭄, 홍수 및 수질오염사고 등 비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물 위기 상황에 따라 댐, 보, 하굿둑을 유기적으로 연계, 탄력 운영함으로써 보를 포함한 하천시설 전반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하천관리를 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가뭄이 났거나 예상되면 상류 댐 방류량과 연계해 보 수위를 높여 주변 지역 물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4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 부근 낙동강 하류지점에 녹조가 창궐해 녹색으로 짙게 물들어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낙동강을 중심으로 강에 녹조가 뒤덮는 이른바 '녹조 라떼' 현상이 문제다. 그간 가뭄이 극심할 땐 4대강 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가도 녹조라떼가 발생하면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모습이 반복됐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일부 환경단체들은 4대강 보에 갇힌 물의 경우 녹조가 심각해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녹조 예방과 저감을 위해 가뭄 대응과 물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남세균 포자 발아·증식 초기 단계부터 하천 수위를 조정해 녹조를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또 녹조 발생 시에는 기상 여건을 고려해 댐 방류, 보 수위 조정 및 하굿둑 방류를 연계·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보 등 하천시설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획일적인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라며 "4대강에 확보된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물 위기를 선제적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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