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로 추가 상승 우려
올해 출범 5주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숙원 사업이었던 중·저신용자 대출 완화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추가 연체율 상승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9일 인터넷은행 3사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 업체의 연체율이 상승했다. 지난해 말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85%로 전년(0.41%)보다 0.44%포인트(p) 상승해 3사 중 가장 높았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72%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 전년(0.22%)보다 0.27%p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 그나마 선방했지만, 시중은행권과 비교하면 연체율이 높은 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과 중·저신용대출 비중 확대 영향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출 상품에 대한 신용정책을 지속 개선해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체율 증가 폭과 연체율 수준 자체 모두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연체율 상승 폭은 0.03~0.04%p에 그쳤다.
연체율 수준 자체도 주요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보다 낮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16%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이어 하나은행 0.20%, 신한·우리은행 0.22% 순이었다.
문제는 앞으로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숙원 사업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가 사실상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4차 실무작업반’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완화하기보다는 위험관리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2월 인터넷은행 3사와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 완화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그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말까지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는 44%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가 취급한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1분기 말보다 3배가량 급증한 2916억 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