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사 현금흐름 저하…재무부담 확대 본격화”

입력 2023-03-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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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기업평가가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긴축과 침체의 시기, 주요 산업의 Credit Issue 점검’를 주제로 2023 KR 크레딧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정회인 기자 @hihello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이 저하하고, 내년에는 재무부담 확대가 본격화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반영해 올해부터 선제적으로 건설사들의 신용도 전망 변경 등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가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는 건설사는 롯데건설(A+), 태영건설(A0), 한신공영(BBB+), 쌍용건설(BBB)이 있다.

30일 한국기업평가(KR)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긴축과 침체의 시기, 주요 산업의 Credit Issue 점검’를 주제로 2023 KR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현재 계획 중인 정비 사업 착공 시점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건설사들의 재무부담 확대 시점은 24년보다 빨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도 변동 위험이 큰 건설사는 재무 부담 변동 폭이 추세적으로 높은 업체들이 해당했다. 이미 재무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추세적인 미분양 증가로 재무제표의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해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태영건설의 최근 3년간 평균 부채비율(연결기준)은 465.4%로, 통상 건설업계에서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기준인 2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두 번째로 분양경기가 취약한 위험 지역에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이거나,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영업실적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의 신용도 조정 위험이 크다고 봤다. 이러한 변화는 상대적으로 BBB급 건설사에서 먼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경기 호황기의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확장적인 사업 정책을 시행했던 A급 업체 역시 주요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2009년과 같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위변제에 따른 BBB급 건설사들의 도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현재의 PF 우발채무 리스크는 금융권 등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론 관련 리스크가 건설사를 시작으로 전개될 위험도 제한적으로 판단했다.

결국, 건설업의 전반적인 사업 위험이 확대되는 가운데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통한 자본조달 또는 자구 계획 등 비사업적인 요소가 같은 등급 내에서도 신용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건설사와 시행사, 대주단 등 이해관계자 간의 조율을 바탕으로 착공 중인 건축물의 담보가치를 합의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건설사에 대한 책임론이나 할인 분양을 요구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당초 계획보다 이익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완성된 담보물이 없다면 대금 회수 가능성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합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석유·화학'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의 신용도 변동사항을 제시했다. 국내 정유업체들의 주력인 NCC 업황은 지난해 4분기 저점을 통과했지만, 실적 회복 속도는 점진적이고, 회복 수준 또한 전고점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내년 1분기까지 적자 기조가 이어진 뒤 내년 2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장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40분기만의 첫 적자로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며 “적자 기조 속 현금 창출력도 감소하고 재고부담도 상당히 높아졌지만, 현재까지 재무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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