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스몰 라이센스 추진 금융당국, 금융硏 용역 결과 “건전성 리스크↑”

입력 2023-03-15 17:00수정 2023-03-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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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제도 개선 TF선 경쟁 촉진 방안으로 논의
핀테크, “스몰라이센스 특화은행 필요” 건의했는데
금융연 “지급결제전문은행 거시건전성 리스크↑”
벤치마킹 꼽은 SVB 파산으로 신중론까지 대두
금융위 “정책 결정 시 참고 자료로 사용 예정”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해소 방안으로 내세운 ‘스몰라이센스’가 오히려 은행 간 수신 경쟁을 심화해 건전성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가동한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서 은행권 경쟁 촉진안으로 논의 중인 스몰라이센스, 특화은행 도입 등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특히 당국이 벤치마킹 사례로 꼽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스몰라이센스 도입 신중론까지 불거지고 있어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0년 금융위가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연구원에 의뢰한 ‘스몰라이센스 도입 및 부수ㆍ겸영ㆍ업무위탁 등 금융사 업무범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가 전날 공개됐다. 연구가 진행된 지 약 2년 만이다.

연구가 완료된 2020년 당시 금융위는 스몰라이센스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시점에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 정책 방향으로 해석되는 등 민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했다. 금융위 측은 최근 한 차례 공개 연기를 검토했지만, 이미 은행권 제도 개선 TF 실무 회의에서 스몰 라이센스의 장ㆍ단점 등 논의 내용이 공개된 시점임을 고려해 오픈하기로 했다.

스몰 라이센스란 금융업 인허가 단위를 세분화해 필요한 업무 관련 인허가만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핀테크 등이 은행업의 일부 분야와 업무에 한정해서 ‘스몰(소규모)’ 라이센스를 받아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다. 신규 플레이어를 늘리는 개념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논의 중이다.

금융위는 이달 초 TF 1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 업무 범위를 세분화해 지급결제 특화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핀테크 업계는 금융당국에 스몰라이센스(핀테크 라이센스) 도입을 건의했다. 소상공인, 금융이력부족 고객 등 분야에서 은행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소규모 특화은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스몰라이센스 도입에 대한 금융연구원의 진단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연구원은 스몰라이센스 도입 연구 보고서에서 은행 업무 중 수신, 지급결제를 주로 수행하는 지급결제전문은행의 편익은 명확하지 않은데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급결제전문은행의 소액지급결제 관련 업무가 종합지급결제업 등 전자금융업자의 업무범위와 중복되기 때문에 소비자 편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지급결제전문은행 도입 시 은행 등 예금수취기관의 수신 경쟁이 심화해 거시건전성 리스크가 잠재적으로 증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전자금융업자가 은행에 준하는 동일 규제를 받는 경우 혁신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과 대형 전금업자, 지급결제전문은행 모두 신용ㆍ유동성ㆍ시장리스크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동일 수준의 규율이 필요하다면서도, 규율을 적용하면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해 혁신이 더뎌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권 등 시장에서 스몰라이센스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특화은행 도입 효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금융당국의 최종 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금융위는 금융연의 연구 결과에서 제시된 해외 은행업 라이센스 도입 현황 등을 은행업에 대한 진입정책과 금융회사 업무 범위 개선에 참고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구 시점이 2년 전이라 지금 TF에서 논의 중인 사항의 ‘방향성’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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