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향후 건설회사 또는 분양사 측이 정부 지원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과도한 고분양가를 고수할 경우,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과 경착륙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일 '주택시장 연착륙의 전제조건과 금융회사 신용평가'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며 "이번 하락기는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임계치를 넘어섰고, 전세자금대출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택가격 하락기는 과거 2005~2009년과 4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주장했다. 먼저 과거 하락장과는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주택가격 하락의 촉매제(트리거, Trigger)가 됐고, 초기 하락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올해 1월 KB 전국아파트매매가격지수(주택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5.9%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있었던 여러 차례의 부동산 시장 하락기 중에서 가장 빠른 하락속도이다. 또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함께 빠르게 떨어지면서, 수도권 및 지방 주택시장의 가격·거래량이 동조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심리 악화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나신평은 "과거 하락장에서 금리는 주택가격 변동의 한 요인일 뿐,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으나, 이번 금리 인상기에는 구매자의 금리 민감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이후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기(2005~2009년, 2010~2011년)를 보면 경기호황 및 경기회복이라는 요인이 주택구매 수요를 지속해서 자극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도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은 점진적이었으며, 금리 상승이 주택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도 가시화될 정도로 크지 않았다. 반면 이번 금리 인상은 공급자 측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매우 큰 폭으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Debt Service Ratio) 규제가 강화되면서, 구매자의 구매 여력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GDP 대비 가계부채의 수준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 과거 대비 매우 높아지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주택 구매자의 구매 여력 저하 폭도 상승했다.
전세보증금의 금융상품화가 심화하면서 지난 5년간 폭증한 전세자금대출도 가격 민감성을 키웠다. 과거 대비 금리인상의 시작점이 저금리였기 때문에, 금리 변동이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의 변동 폭도 증폭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신평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여부를 좌우할 요인으로 △미국 및 국내 통화정책 방향 △미분양 물량의 적정 수준 통제를 꼽았다. 주요국 중앙은행과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더욱 강화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고금리로 주택구매 수요가 더욱 위축되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분양가격을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반영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경우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