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반대로 가는데 이자 장사 ‘주홍글씨’에 전방위 압박까지[딜레마에 빠진 은행]

입력 2023-03-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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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상단 연 7%대 안팎
은행채 6개월물 수익률 한 달 새 0.26%p↑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상승세…연 7%대 근접
정부 압박에 가산금리 내렸지만 시장상황 한계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뭇매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내렸지만,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인하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 금리 담합 조사 등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권에선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58~6.68%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연 5.46~7.02%로 상단이 7%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오가는 것은 은행채 수익률이 올랐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들은 직전 수일간 은행채 수익률 평균치 혹은 전주 목요일 은행채 수익률에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가감해 대출 금리를 정한다. 은행채 6개월물 수익률은 지난달 2일 3.56%에서 이달 2일 3.82%로 0.26%포인트(p) 올랐다.

은행채 5년물 수익률도 오르면서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4.41~6.46%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달 23일 연 4.30~6.30% 대비 상·하단이 소폭 올랐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일 3.98%에서 이달 2일 4.56%로, 한 달 새 0.58%p 올랐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시장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금융당국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해 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3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했다. 은행의 예대금리·수수료 담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을 겨냥한 공정위 조사는 2016년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금리 담합으로 조사한 지 7년 만이다. 공정위는 2009~2015년 일부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높게 유지해 대출 이자 수익을 높였다고 의심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2016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조사를 종료했다.

정작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노력은 상쇄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에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낮췄다. 실제 하나은행은 2일부터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금리를 최대 1%p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p 내렸다.

은행권에선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대출금리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 결정,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 국내 물가 등을 보면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금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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