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정당성' 강조해온 尹, 거부권 명분 쌓여
여소야대 탓 성과부진에 野협조 필요해 말 아껴
이에 국무회의 통과 후 헌재 효력정지 가능성
정부·여당,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위헌' 입장
다만 여당은 총선 고려해 거부권이 낫다는 분위기
"이재명 버티면 대결구도 못풀어 굳이 우회 불필요"
"尹, 당당히 권한 행사해야 총선에도 더 도움 돼"
야권 주도 본회의 직회부 법안이 늘어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명분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여소야대 국면이라 대결 구도를 부르는 거부권 행사보다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국회에서는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되는데,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이라 막힐 공산이 커서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추진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쌀 의무매입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단독 의결한 바 있다. 이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을 ‘패싱’하고 본회의에 직회부한 3번째 법안이 된다.
윤 대통령은 그간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해온 만큼 여당이 배제된 채 국회를 넘는 세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의 경우 공개 반대한 데다 용산 대통령실도 ‘일방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 거부권 행사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정부입법이 야당에 가로 막혀 국정 성과가 부진하다는 문제가 있다. 과반 이상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외에는 정부입법이 대부분 부진한 상황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문제의 법안들에 대해 우려는 표하면서도 거부권 등 대응에 관해선 말을 아끼는 것도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가 크다는 관측이다. 내부에선 “국회 절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모범답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때문에 거부권 행사로 ‘전쟁 선언’을 하기보다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뒤에 국민의힘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위헌성을 드러내 법안을 무효화시키는 방식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총선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더 낫다는 분위기다. 거부권 행사로 입법독주 이미지를 부각시켜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인 야권 지지율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단호한 대처로 지지층 결집도 이룰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한 원내관계자는 “정부·여당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한 법안을 국무회의에서는 통과시킨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헌재가 효력정지를 해줄지도 불투명한데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과의 대결 구도는 어차피 이재명 대표가 대표직에서 버티는 한 풀기 어려워서 굳이 헌재를 통해 우회적인 길을 갈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윤 대통령이 당당히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총선에도 도움이 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여당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게 모양새가 이상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