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관치금융 시대] 위기 때마다 동네북…은행권 "어디까지 맞춰야 되나"

입력 2023-02-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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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돈잔치" 비판 후폭풍
사회공헌 5000억 추가 조성키로
"민간기업 보수체계까지 압박…
과도한 개입, 금리 왜곡" 우려도

(연합뉴스)

“지난 정권 때도 금융사를 공기업처럼 생각해 힘들었는데 이번 정권은 갈수록 상상을 초월하네요.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간기업 보수체계를 압박하는데 어쩌겠습니다. 별 수 없이 사회공헌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쥐어짜내야겠지요.”(A은행 고위 임원)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작심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금융당국은 대통령의 관련 대책 주문에 은행들의 성과보수 체계를 들여다볼 준비에 착수했고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은행들은 서둘러 저금리 대환, 상생 대출 등 사회공헌 상품 개발에 들어갈 태세다.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환원 확대 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위기 때마다 ‘동네북’이 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당국의 금리 개입이 오히려 시장금리를 왜곡하는 등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위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성과급은 1조3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해 2021년 성과급 수준(농협은행 1518억 원·국민은행 3988억 원·하나은행 65억 원)을 추산한 규모다.

이자 장사로 성과급과 퇴직금에 나섰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은행들이 앞장서 상생 금융 자금과 충당금 확충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은행권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은행권은 매해 1조 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3년간 사회공헌자금 5000억 원을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어려운 시기임을 인지하고 상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꾸준히 고민하고 취약차주나 소상공인 지원 등을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은행도 엄연히 사기업인데 무작정 ‘수익을 많이 냈으니 돈을 내놔라’ 하는 주문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앞서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사태 조기 극복을 이유로 정치권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치권은 ‘은행 빚 탕감법’,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은행 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2021년 당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년에 수십조 원을 버는 금융권이 소상공인을 위해 금리를 1%포인트(p) 정도는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공식 발언했다.

지금도 별반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권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나서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부터 은행들의 금리와 수수료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오르는데도 금융당국이 나서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개입한 이후 예금 금리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연 3.5%)를 밑돈다. 이 같은 당국의 압박이 오히려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이제는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 환원하라든지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다”며 “은행도 주주가 있는 영리 기업인 만큼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는데, 유독 현 정부의 잣대가 지나친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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