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늘어난 취업자 절반 이상이 '고령층'…취업자 증가 폭은 7개월째 둔화
지난해 연평균 취업자 수가 81만 명 넘게 늘면서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일상 회복에 따른 활동 증가와 수출 호황, 돌봄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취업자 증가 폭이 줄면서 7개월째 둔화세를 보였고, 올해는 경기 둔화로 인해 취업자 증가 폭이 크게 줄 전망이다.
통계청은 1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서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08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81만6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0년(88만2000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연평균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2020년에 21만8000명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36만9000명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재작년 12월 제시했던 2022년 취업자 증가 예상치(28만 명)를 큰 폭으로 웃돌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45만2000명이 늘어 전체 증가분의 55.3%를 차지했다.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 취업자였던 셈이다. 50대 취업자는 19만6000명 늘었고, 20대 취업자는 11만2000명 증가했다. 30대 취업자는 4만6000명 늘었고, 40대 취업자는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산업별로는 돌봄서비스 수요 증가로 보건·사회복지업이 18만 명(7.1%) 늘면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고, 수출 호황으로 제조업도 13만5000명(3.1%) 늘었다. 숙박·음식점업(8만4000명, 4.0%), 정보통신업(8만 명, 8.9%), 공공행정(7만1000명, 6.2%), 운수업(6만9000명, 4.4%) 등에서도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 반면, 도·소매업 취업자는 4만1000명(1.2%) 감소했고, 금융·보험업도 2만6000명(3.3%) 줄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2.1%로 전년보다 1.6%포인트(p) 올라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전년 대비 2.0%p 상승한 68.5%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83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20만5000명 줄었고, 실업률도 0.8%p 내린 2.9%로 집계됐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2022년은 일상 회복에 따른 활동 증가, 수출, 돌봄 수요 등으로 견조한 취업자 증가세가 나타났다"면서도 "대내외 경제 상황이나 기저 효과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취업자 증가가 둔화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고용은 작년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가 10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행(9만 명)과 KDI(8만 명)도 취업자 증가 폭을 낮게 예측했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재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 감소의 상당 부분이 통계적 기저효과에 기인하지만, 경기둔화 및 인구 등의 영향도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요 고용지표 등을 고려하면 올해 고용은 작년 이례적 호조세에서 장기추세로 복귀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취업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다.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0만9000명 늘어난 2780만8000명으로, 7개월 연속으로 둔화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증가 폭은 5월(93만5000명) 이후로 6월(84만1000명), 7월(82만6000명), 8월(80만7000명), 9월(70만7000명), 10월(67만7000명), 11월(62만6000명)에 이어 12월(50만9000명)까지 7개월째 전월 대비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44만 명이 늘어 전체 증가분의 86.4%를 차지했다. 50대 취업자는 11만 명 늘었고, 30대 취업자는 4만2000명 증가했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5만7000명 줄었고, 20대 취업자 수도 2만1000명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만5000명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이 1년 전보다 21만6000명(10.3%) 늘면서 취업자 증가세를 견인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방역 조치 등으로 타격이 컸던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고 대면 활동이 늘면서 작년 5월부터 8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보건·사회복지업(14만9000명, 5.5%)과 제조업(8만6000명, 1.9%) 등에서도 증가 폭이 컸다.
도·소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3000명(2.2%)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무인점포와 키오스크 등 비대면 서비스의 확산 등으로 취업자가 43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금융·보험업도 비대면 전환과 온라인 서비스 확대, 점포 축소 등으로 인해 2만 명(-2.5%)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