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차단하면서 자원 보유국이 에너지와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음이 확인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고지서로 그 위력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고,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경쟁과 무역분쟁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불확실성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기만 하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광물 소비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원자재법(RMA),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등으로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고, 자원 부국들은 신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중남미 자원 부국인 멕시코는 지난해 리튬개발을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민간 기업들이 아닌 정부가 개발 주도권을 쥐고 수출도 자국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조절하겠다는 의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40년 핵심광물의 수요를 2020년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안정적 자원 확보의 중요성은 높아만 진다. 하지만 핵심광물은 일부 국가에 생산이 편중되어 있어 생산국에서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안정적 수급은 더 어려워진다.
대한민국 주력산업인 반도체·배터리·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리튬·니켈 등의 핵심광물의 경우 지역 편재성이 심각하다. 주요 생산국이 자원 수출을 무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원안보 대응을 위한 근거들은 에너지원별 개별법에 산재해 있고, 일부 에너지원에 한정하다 보니 효율적 대응은 어렵기만 하다.
이에 에너지원 간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 결과물이 지난 연말 대표 발의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수요의 93%, 핵심광물 수요의 95%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자원의 개발·공급·비축을 망라하는 국가적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요소수 문제에 조기 대응하지 못했던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기존의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자원안보 현황을 진단하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탄소 중립과 자원 무기화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석유·가스 등 기존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핵심광물·우라늄·수소·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포함한 새로운 자원안보 개념을 정립해야 할 때이다.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핵심자원의 개발에서부터 도입·비축·재자원화로 연결되는 새로운 자원안보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개발에서부터 구매 조달 등 단계별 공급망을 강화하고, 핵심광물의 생산기반을 확충하며 자원의 비축에 따른 지원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국제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자원 안보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총성 없는 전장에 나설 채비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