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화물인 줄 알았더니…대법 “쓰레기 나른 해상운송인 손해 물어줘야”

입력 2022-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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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상 수출 화물로 위장한 폐기물 운송 문제↑
“컨테이너 적입기간 날마다 새로운 손해 발생”
대법, 운송계약 상대인 화주 책임 명확히 선언

수출 화물인 줄 알고 해상 운송했지만 실제 폐기물 쓰레기를 나른 해상 운송인의 손해에 대해 운송계약상 상대방인 운송주선인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실무상 컨테이너 해상 운송에서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항(도착항)까지 운송, 인도 준비가 완료됐음에도 수하인이 이를 수령하지 않거나 폐기물이 운송돼 컨테이너가 도착항에 장기간 방치됨에 따른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해상 운송인이 화물 운송을 의뢰한 운송주선인을 상대로 컨테이너 초과 사용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고심 사건에서, 인도가 행해져야 했던 날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소송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모든 손해배상 채권이 제척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폐기물처리업자가 폐기물이 수출 화물인 것처럼 가장해 운송을 의뢰했다. 피고인 운송주선인은 원고 해상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 광양항에서 호치민항까지 화물 해상운송을 했다.

하지만 이 사건 화물은 베트남에서 통관을 받지 못했다. 화물은 원고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채 베트남 호치민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보관됐다. 원고는 화물이 호치민항에 도착한 후 약 2년이 경과된 시점에 운송계약 당사자인 피고를 상대로 컨테이너 초과 사용료, 터미널 보관료 등의 추가 비용발생에 관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손해배상 채무를 인정해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피고가 제기한 상법 제814조 제1항 제척기간 도과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 전부가 부적법하다고 각하했다. 상법 814조 1항 제척기간은 ‘인도가 행하여져야 할 날’부터 1년을 기산점으로 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화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지나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채권의 제척기간 기산일은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이 아니라) 그 채권의 발생일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따라서 그 날부터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정해진 권리의 존속기간인 1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호치민항에 도착한 화물을 수하인이 수령하지 않아 화물이 원고의 컨테이너에 적입된 상태로 호치민항 터미널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컨테이너 초과 사용료 및 터미널 보관료 상당의 손해는 날마다 계속 발생해 나날이 새로운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여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은 운송인이 아니라 운송물의 내용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운송계약 상대방(화주 또는 운송주선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엄격하게 물을 수 있음을 명확히 선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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