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열풍, ‘독이 든 성배’ 였나…폭풍 청산으로 ‘새드 엔딩’

입력 2022-12-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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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지원금에 투자 급증
올해는 연준 긴축 전환에 거래·기업가치 급감
하루 네 곳꼴로 청산, 설립 속도만큼 청산
이달 70곳 청산, 역대 전체 청산 건수 추월
내년 주식 환매세 도입에 청산 가속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6월 29일 성조기가 걸려 있다. 뉴욕(미국)/AP뉴시스
1년 전 미국을 중심으로 광란의 열풍을 주도했던 ‘기업인수목적인수회사(SPAC·스팩)’ 합병이 기업들의 폭풍 청산 속에 ‘새드 엔딩’을 맞고 있다. 자금줄을 풀었던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거래량이 급감했고 의회가 내년부터 주식 환매에도 세금을 물리기로 한 탓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70개의 스팩이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고 청산했다. 이는 시장 역사상 전체 청산 건수보다 큰 규모다. 청산 속도는 이달 초 기준 하루 4곳꼴로, 지난해 초 스팩 설립 속도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투자액 반환부터 상장 작업을 위해 투자은행과 로펌에 지급한 비용까지 스팩 기업이 청산으로 본 손해는 이달에만 6억 달러(약 7692억 원) 이상, 연간으로는 11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스팩 시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을 이끌며 급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풀었고 상당 부분이 투자에 활용된 덕분이다. 지난 2년 동안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 수만 300곳에 달한다. 당시 UBS자산운용의 브래드 밀러 미국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현재 인수·합병(M&A) 기회를 찾는 회사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기별 스팩 청산 손실 추이. 단위 10억 달러. 4분기 9억 달러.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뒤바뀌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시작으로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주요 투자은행들은 스팩과 기업공개(IPO) 급감 속에 부진한 실적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 결과 스팩에 나선 스타트업 평균 가치는 지난해 20억 달러에서 이번 분기 4억 달러로 급감했다.

스팩들이 문을 닫는 이유엔 거래가 조만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거의 없어진 상황 이외에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세금 개정안 여파가 있다. 미 의회는 내년부터 주식 환매에 대해 소비세 1%를 매기기로 했다. 세금은 투자자가 아닌 발행 기업이 내도록 설정됐다.

스팩을 청산하고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행위는 기업이 자사주를 재매입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결과적으로 내년부터 이 행위는 과세 대상이 되는 만큼 기업들이 서둘러 문을 닫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은 앞으로 더 많은 스팩이 수 주 내에 청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스팩 정보 제공업체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아직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스팩이 거의 400개사에 달하며 이들이 쥐고 있는 자금만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스팩 전문가인 마이클 올로게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스팩 약 200개가 청산되면 발행자 손실은 20억 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청산 릴레이가 알렉 고어스와 같이 여러 기업에 투자하던 억만장자나 KKR와 같은 글로벌 투자사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부를 창출하는데 환상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여겨지던 스팩이 점점 독이 든 성배처럼 보인다”며 “합병 계약에 가까워진 기업 일부는 거래가 취소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청산 손실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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