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통해 3년 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긴장 관계에 있던 서구권 국가들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8개 국가 정상과 잇달아 회담에 나섰고, 18일 오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두고 마찰을 빚기 시작한 서방과 중국의 긴장 관계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을 거치면서 악화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세계질서 재편을 시도하는 유일한 경쟁자로 꼽고, 대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면서 분위기는 더 거칠어졌다.
시 주석은 전날 서면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이런 시도를 겨냥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고 강대국 각축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평화발전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태 지역의 공급망을 교란하는 모든 시도는 경제 협력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미국도 자국 전략 옹호에 나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오후 예정된 연설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적극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해당 지역에 대한 안보 약속과 경제 패권 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이 APEC 정상회의를 세력 규합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가 미·중 블록으로 양분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연설에서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며 “이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