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말 바꾸기는 공정하지 않다’

입력 2022-1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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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의 말 바꾸기가 회사 몰락의 시발점이 된 경우는 많다. 이로 인해 회사 구성원들의 삶은 무너지고, 희망을 잃는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영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은 찾을 수 없다. 최근 푸르밀 사업종료 논란 과정에서 노조와의 약속을 번복했던 경영진의 무책임함도 그 예다. 다행히 푸르밀 사태는 사업종료와 전직원 정리해고에서 매각 추진, 사업 유지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이 결여된 무책임한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없다.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던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의 말 바꾸기도 마찬가지다.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말 바꾸기는 회사 가치 하락과 소비자들의 외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은 경영자들의 실패는 필연이다.

반대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회사의 성공을 이끈 경영자들은 많다. 이들에게는 기업의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업가 정신이 탄탄하게 배여 있다. 기업가 정신과 관련 미국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기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라고 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기업가는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에 기반한 이윤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탕에 ‘공정’이 깔려있다. 최근 사회 모든 분야에서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실천은 필수가 됐다. 경영자들에게 공정함과 책임감은 더욱 중요해졌다.

‘공정(公正)’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책임(責任)’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뜻한다. 성공한 경영인은 공정과 책임을 다했다는 의리다.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을 터다. 반면 혁신을 주저하고 말 바꾸기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경영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공정과 책임은 무한하다. 국가 사무를 관장하는 정부의 정책 집행과 결정은 공정해야 한다. 막중한 책임도 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그 ‘공정’을 외쳤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대규모 참사 발생 후 보여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행은 기업가 정신을 외면한 경영인들 못지않다.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었다.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더 많은 상처를 줬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 책임 및 권한과 관련 이 장관의 발언은 참사 전과 후로 바뀐다. 경찰국 신설 브리핑 당시(6월27일)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서 행안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 업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이고”라고 했다. 하지만 참사 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임시회의(11월7일)에서는 경찰청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했다. 말이 바뀌었다. 장관 ‘치안’ 사무에 대해 지난 6월 “우리가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 (치안)사무 관장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바로 명맥하게 나타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국회 답변은 “치안 업무를 전혀 할 수 없다”였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지휘 권한은 있으나 그 지휘 권한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또 한 번 말이 바뀌었다. 법과 시행령을 조목조목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했는지 묻는 것이다.

이 장관 스스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참사 직후 “경찰,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 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는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 장관은 사태 수습과 원인 규명이 우선이고 그 이후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부적절한 발언과 말 바꾸기에 ‘책임 회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장관의 말 바꾸기는 공정하지 않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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