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3일만에 54원 ‘뚝’…‘킹달러’ 선호 흐름 바뀌나

입력 2022-11-09 15:46수정 2022-11-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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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한달 반만에 1300원대로 돌아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조 완화기대감과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미국 재정지출 부담이 줄어들 거란 전망, 차이나 런(China Run·글로벌 투자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 등이 달러 약세를 이끈 요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향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나 조심스레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0.1원(1.45%) 내린 1364.8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이 1384.9원으로 내려온 데 이어 낙폭을 더 키운 모습이다. 지난 4일(1419.20)을 기준으로 3일만에 54.4원이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기준 1300대를 기록한 건 지난 9월21일(1394.20원) 이후 처음이다. 약 한달 반동안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지속해왔다. 지난 9월 28일에는 1439.9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0% 내린 109.542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월 27일 114.106까지 치솟았던 만큼 큰 폭으로 내린 모습이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 (하이투자증권)

◇파월 피봇·미국 중간선거, 차이나 런이 달러 약세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증권가에선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이 통화정책을 전면 전환할 거란 ‘파월 피봇(Pivot)’ 기대감이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매파적이긴 했지만, 미국의 10월 고용 발표 후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 해외동향부는 “고용 증가세가 경기 침체 위험을 잠재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당초 시장은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주택시장에 이어 고용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노동시장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 런’도 원·달러 급락을 촉발한 요인으로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차이나 런 역설로 대변되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확대가 수급 측면에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완화 기대감도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자극한 점도 원·달러 환율 급락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어 바이든 정부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주 원인이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정부지출이었던 만큼 공화당이 정부재정긴축을 촉구하면 물가가 잡힐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안정세도 유로화 가치 반등과 달러 약세로 이어진 요인으로 언급된다.

◇하향 추세는 아직…정점 통과 가능성은 있어

(출처=NH투자증권)

원·달러 환율이 하향 추세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추가 긴축, 중국의 실물지표 부진과 낮은 부양 기대, 내외 금리차 역전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신용경색 위험이 여전하고, 10월 미국 소비자물가 리스크와 더불어 바이든 정부의 레임덕 관련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선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측면에서 수급이 개선됐으나 실물 경기를 반영한 무역수지, 경상수지를 고려하면 결국 완연한 달러 공급 기조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연말연초 에너지 수입 증대, 여전히 높은 에너지 수입물가 레벨 및 무역수지 추가 악화 가능성 등은 여전히 원화 약세 요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의 궤적을 전망한다”며 “1분기까지는 연준의 긴축 이슈와 겨울철 에너지 수입에 따른 경상 수급 부진 이슈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달러화와 원·달러 환율이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각종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긍정적인 상황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하회할 경우 달러 정점론에 힘을 더해줄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간 고위급 회담이 비밀리에 수개월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협상론이 고개를 들면서 유로 및 파운드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화의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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