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대형사고 후 트라우마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입력 2022-11-01 13:43수정 2022-11-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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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들다면 주변에 말하기, 전문가에 도움 요청하기”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 부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미국인 희생자 2명의 사진이 붙어 있다.

“잠을 못 자겠어요.”, “SNS에서 본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습니다. 가장 큰 슬품에 잠긴 유가족과 사고 부상자, 현장 목격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심리적 외상인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라우마는 사고, 자연재해, 폭행, 질병 등 자신과 타인에게 신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 고통을 겪는 증상입니다.

전문가들은 피해 발생 후 수년 뒤에도 발병할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에 대한 적기의 심리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직·간접적으로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최대 1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어 올바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그 외 관련된 많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마음의 고통,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성명과 함께 학회 측은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생존자는 참사 후 불안과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증상 등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며 저절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유가족은 원망과 분노, 죄책감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학회 측은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이 고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며,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이에 학회는 트라우마 반응이 왔을 때 스스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심호흡과 복식호흡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으며 단단한 바닥을 느끼도록 하는 착지법 △두 팔을 가슴 위에 교차시킨 상태에서 자신을 토닥이며 안심시키는 나비 포옹법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스트레스 상황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전문가 단체는 사고 이후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에서 “여과 없이 사고 당시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차·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라면서 “우리가 모두 시민 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경정신의학회는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혐오 표현은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하고 회복을 방해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학회 측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재난 상황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외협력홍보이사)는 “나도, 내 가족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 더 무섭고 충격적으로 다가온 사고”라며 “심리적인 충격을 받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마음이 안 아프고 놀랍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이러한 상황에선) 혼자 이겨나가기 보다는 함께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남에게 필요 없는 더 큰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어 홍 교수는 “언론에서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계속 노출되고,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이 공유된다”며 “알 필요 없는 내용까지 알게 하며, 그중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다. 안 받아도 되는 상처가 트라우마를 만들 수 있다. 또 누군가에게 혐오 발언을 하거나 혐오 글을 올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민영 국립건강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도 “불필요한 자극을 피해야 한다. 기사를 일부러 찾지 말고 안정을 찾아야 한다”라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과 만나고, 몸에 쌓인 긴장을 없앨 수 있도록 가벼운 신체활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자는 동안 심리적인 자극이 많이 소화된다.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심 센터장은 “주변에 (이번 사고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어느 부분이 힘든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물어보고 돕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너를 걱정하고 있고 힘들다고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좋다.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만약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면 적극적으로 연계해주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가 대신 전화를 해주기도 한다. (상담센터 등을) 적극 이용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안에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리고 유가족과 부상자, 목격자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합니다. 심리지원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태원 사고 심리지원센터 1577-0199로 연락하셔, 꼭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각 지역 시군구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의 상담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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