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엔대 환율에 ‘와타나베 부인’ 다시 움직이나…한국 자본시장 호시탐탐

입력 2022-10-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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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 일본 엔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엔화 가치가 3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셈이다. 150엔 선을 넘은 것은 버블 경제 막바지였던 199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엔저로 발생한 초저금리 기조를 피하려는 일본계 자금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한국 자본·금융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자 일본으로”…활기 띤 사무라이 채권 시장= 23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한은행과 대한항공은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했다. 사무라이 채권은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 정부나 기업 등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통상 사무라이 채권시장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해 외국 정부나 기업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려 할 때 활기를 띤다.

특히 신한은행이 이번에 발행한 사무라이 채권은 시중은행의 사무라이 채권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SG 채권 중 하나인 소셜본드 형태를 취한 한국물 최초의 소셜 사무라이 채권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한은행 사무라이 채권은 수요도 충분했다. 수요예측 결과 모집액 320억 엔을 뛰어넘는 400억 엔의 주문이 들어왔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물꼬를 트고, 신한은행이 길을 제시했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다.

덕분에 신한은행은 사무라이 채권의 자금 조달비용도 낮췄다. 2년물, 3년물, 5년물 각각 토나 미드 스와프(TONA mid swaps)에 77bp(1bp=0.01%포인트), 82bp, 107bp를 더한 수준에 최종 금리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2년물과 3년물은 0%대 쿠폰 금리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2년물, 3년물, 5년물의 쿠폰금리는 각각 0.87%, 0.98%, 1.33%다.

다양한 시장에서 해외채권을 발행해 온 현대캐피탈도 9월 일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NDR(Non-Deal Road show·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소규모 기업 설명회)을 진행했다. 그만큼 업계가 일본을 자금 조달처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계 ‘뭉칫돈’, 한국 채권 향한다= 한국 자본·금융시장에 ‘와타나베 부인’(일본 개인투자자)의 치맛바람이 다시 불지도 관건이다. 지속된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에서 질 좋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내 증시나 사무라이 채권에 투자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증시에 투자하려는 개인과 기관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금감원에 등록한 일본 투자자는 4400명이다. 지난해 말 4360명보다 40명이 증가했고, 7월보다 6명이 늘었다.

◇일본 자금 본격 이동은 아직= 다만 국내 주식·채권시장에는 엔화 유입이 감지되고 있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8월 일본계 자금은 주식(유가증권 시장)은 2370억 원이 빠져나갔다. 엔저 쇼크로 국내 기업들의 순익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주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몰리는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본계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경제 상황이 좋지는 않더라도 경제지표들은 위기보다는 개선을 가리키고 있다”며 “일본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나쁘지 않다면 일본 투자자들은 대외자산을 비싸게 사기보다 자국 자산을 저렴하게 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는 자금에 대한 신용 리스크(자금 경색)가 있어서 엔화 약세 등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리스크의 완화 여부에 따라 자금 조달 부분이 원활하게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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