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참았던 기업들, 더는 방관하지 않아
물밑에서 해고 준비
재택근무자·하이브리드 근무자가 대상 될 가능성 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가 사이에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이러한 ‘조용한 사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흐름이 자칫 ‘조용한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경영인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직원 고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한 사직은 이미 직장인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미국 직장인 1만59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는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고 일로부터 자신을 분리한 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직장인의 절반이 조용한 사직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용한 사직의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꼽힌다. 재택근무 탓에 직장 소속감이 낮아지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직장인들이 성공에 대한 가치관을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난 2년간 직원들의 상당수가 ‘조용한 사직’에 들어갔어도, 이를 수용해야 했다. 인력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며 각종 수요가 폭발하자 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다. 인센티브와 연봉 인상을 내걸어도 신규 채용은 쉽지 않았고, 기존 직원들마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퇴사할까도 걱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이른바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서 지역 기업들의 경영 코치로 활동하는 제이 맥도날드는 “관리자 직책을 맡은 사람들은 직원 목록을 만들어둬 더 우수하거나 열심히 하는 인재가 생기면 그렇지 않은 직원들을 내보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임원급도 예외는 아니다. 한 헤드헌터 업체는 팬데믹 기간 임원 교체를 미뤄왔던 기업들이 성과가 낮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용한 해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원 교체를 준비하는 기업 상당수는 임원들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 이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예전처럼 일을 시키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WSJ은 특히 기업이 매출 부진 등을 이유로 인력을 줄이게 될 경우 재택근무자나 하이브리드 형태로 재택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직원들이 ‘조용한 해고’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업무 효율성이나 생산성 차원에서 기업과 직원 사이에 인식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사원의 약 87%는 재택근무에서도 생산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관리직의 80%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팬데믹 기간 잠시 중단했던 근무평가를 재개했다. 성과가 오르지 않은 직원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중견·대기업의 약 30%가 2020년부터 직원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이미 적용 중인 다른 30%에 합류했다.
레슬리 타낙키 워크포스소프트웨어 글로벌 인재 담당 수석 부사장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 직원이 아직 해고되지 않았다면, 시간이 지나면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사가 준비 중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