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18개월 늘었지만…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입력 2022-10-03 13:53수정 2022-10-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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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15시간도 일 못했다"…초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
공공형 노인 일자리·쪼개기 알바 늘어난 영향…"고용의 질 나빠져"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서 배달라이더들이 배달하는 모습. (뉴시스)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가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가운데 주휴수당을 줄이기 위한 소위 '일자리 쪼개기'와 배달업 등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취업자가 1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이투데이가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는 167만4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6만9000명) 늘었다. 이는 200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60만 명을 돌파한 이후 올해 1월 138만2000명까지 떨어졌다, 2월(162만 명)과 3월(164만7000명)에는 다시 160만 명대로 진입했다. 이후 4~7월에는 140만~150만 명 대를 기록하다가 8월에는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1주일간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으로 따지면 약 3시간에 불과하며, 월 단위로 보면 총 60시간 미만이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초단시간 근로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4대 보험 의무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해야만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과 유급휴가는 물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일시적이고도 불안정한 초단시간 근로자를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초단시간 근로자가 많이 늘어난 데에는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초단시간 근로자 중 정부의 공공 일자리가 포진한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종사자를 합친 비중은 37.0%에 달한다. 전체 초단시간 근로자 10명 중 4명 가량이 공공 일자리 근로자인 셈이다. 1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보건·복지업 종사자는 1년 전보다 11.9% 증가했고, 공공행정 종사자는 4.6%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공공 일자리에 종사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이 전체 초단시간 근로자의 41.8%로 가장 높았다. 지난달 65세 이상 초단시간 근로자는 70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7.7%(5만 명) 증가했다. 보건·복지업과 공공행정 관련 종사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각각 80.9%, 84.9%에 달했다.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고 노동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고용주들의 '쪼개기 알바(아르바이트)'가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면 서비스업 등이 타격을 입었고,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숙박·음식업은 쪼개기 알바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8월 초단시간 근로자 중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는 20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9%(3만2000명) 급증했다. 특히 쪼개기 알바를 많이 하는 10대(15~19세) 초단시간 근로자는 전년 대비 60.4%(2만9000명) 급증했는데, 증가분의 79.3%(2만3000명)가 숙박·음식업에서 늘었다.

배달 라이더를 비롯한 플랫폼 근로자도 증가하며 고용시장의 변화에도 영향을 줬다. 8월 초단시간 근로자 중 운수·창고업 종사자는 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1.1% 증가했다. 배달 대행업체 등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는 운수·창고업에 분류된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었다고 해서 고용의 질이 꼭 나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2010년도부터는 더 많이 일하고 싶은데도 초단시간밖에 일을 못 하는 비자발적 근로자들이 늘어나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고용주들이 주휴수당이나 유급휴가 등 노동 비용을 아끼려고 했다면 고용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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