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추락하면서 원금손실 위험에 빠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가 출시한 ELS 중 녹인(Knock-In) 배리어(원금손실)에 도달한 상품이 이달 들어 99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녹인 상품은 삼성전자, 네이버 등 ‘개별종목 연계형’과 홍콩H지수(HSCEI) 등 ‘지수 연계형’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9월 들어 총 20개의 ELS가 원금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지수 연계형에서 HSCEI 11개, 종목 연계형 상품에서는 엔디비아 5개, 네이버 2개, AMD 2개 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설정된 미래에셋증권 외화공모 ELS 29665회 조기상환형 상품은 하방 배리어 하회가 발생했다. 기초자산 중 하나인 HSCEI 지수가 지난 28일 종가 기준 5958.62를 기록, 최초 기준가격의 55% 미만으로 하락했다.
다만 녹인이 발생해도 원금 손실은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만 발생한다. 이후에 상환조건을 맞추게 되면 녹인 발생여부와 관계 없이 원금과 수익금이 지급된다.
NH투자증권은 9월 들어 15개의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해당 ELS는 HSCEI 지수 연계형 6개, 종목 연계형 AMD 3개, NVDIA 4개, Meta 2개 등이다.
NH투자증권 공모 ELS 21426회는 AMD 주가 하락으로 지난 23일 최초기준가의 45%를 하회하면서 녹인 이벤트가 발생했다. 만기 평가일까지 자동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만기 평가일에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9월 들어 HSCEI 지수 15개, 네이버 27개, NVIDIA 2개, AMD 2개 등 46개의 ELS가 원금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8개의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해당 ELS는 HSCEI 4개와 더불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4개를 기초지수로 삼은 상품들이다.
신한금융투자도 9월 들어 NVIDIA 2개 아모레퍼시픽 1개 등 관련 3개의 ELS가 최초기준가격 대비 녹인배리어 미만으로 하락해 원금손실 위험이 나타났다.
키움증권은 HSCEI 3개, 코스피200 3개, NVDIA 1개 등 7개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 지수 및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낸 여파다. ELS 발행 규모가 가장 큰 S&P500은 올해 들어 22.4% 하락했다. 발행규모가 두 번째로 큰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도 올해만 23%가량 내렸다. 세 번째 규모인 코스피200도 올해 28.7% 하락했다. 홍콩H지수도 올해 28.0% 내리면서 낙폭이 컸다.
ELS 시장의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는 ELS 발행잔액은 올해 들어 계속 증가세다. 월말을 기준으로 올해 1월(31조9665억 원)이후 계속 늘다가 6월(40조8567억 원) 40조원대를 넘긴 뒤 7월 41조4385억원, 8월 41조1636억원, 9월 41조6122억원을 기록 중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및 금융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ELS 시장의 불안 요인”이라며 “ELS 발행 잔액이 증가한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한다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 ELS 시장 참여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