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건강보험에서 실손보험을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입력 2022-09-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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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은 우리나라 전체인구 5000여만 명 중 80%에 가까운 3900만 명이 가입하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실손보험은 지속적인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미비로 인한 소액보험금 청구 불편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당국과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여 보험료 인하를 전제로 4세대 실손보험 가입 전환을 보험가입자에게 독려하고 있으나 예상과 달리 보험가입자들은 4세대 실손보험 가입 전환을 달가워하지 않은 분위기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부분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부분의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으로 출발하였는데 보험업계에 따르면 근래 들어 실손보험의 적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내는 실손보험 보험료가 7조 7000억 원이 넘는 데 반해 실손보험으로 보험가입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10조 원이 넘어서 손해율이 130% 이상이며 2019년 이후 매년 2조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손보험이 높은 가입률로 보험사의 수익을 주는 상품일 것 같지만 오히려 손해를 내는 상품이며 해마다 손해율이 높아져 실손보험을 팔 때마다 적자를 보기 때문에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는 보험사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4세대 실손보험은 15개 보험회사(10개 손해보험회사, 5개 생명보험회사)에서만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그 판매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실손보험은 최초 판매 당시 획기적인 상품으로 보험 가입 즉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매우 인기가 좋은 상품이었으며 현재도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몇 안 되는 좋은 보험상품이다. 대개 보험상품은 보험가입 후 보험 가입 기간 내내 보험료만 내다가 사고나 질병, 사망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보니 보험가입자들은 보험가입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한 보험상품의 효용성의 의문을 단숨에 깨트려 준 것이 실손보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개인형 보험상품으로 보험가입 시 단독으로 가입할 수밖에 없고 보험료 역시 초기 실손보험에서는 다른상품에 부가하여 판매하는 부가형 상품으로 판매하여 보험료 역시 비싼 편에 속했던 상품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단독형 실손보험으로 판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변모하였다.

그에 반해 국민건강보험은 한 가족의 가장이 가족 구성원의 대표로서 가입하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이고, 다른 일정 수입이 없는 가족 구성원은 가장이 납입한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기만 하면 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21년 기준 65.3% 수준인데 이는 국민건강보험 급여부분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부분의 의료비를 뺀 수치이며 이러한 부분을 보장하려고 가입하는 상품이 민영의료보험인 실손보험이다. 그런데 이러한 실손보험의 보험료 역시 매년 인상되고 있으며 보장 부분도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가입자, 의료서비스 공급자, 정부 등 공익대표가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2023년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직장가입자가 부담하는 월평균 보험료는 올해 14만4643원에서 2069원 오른 14만6712원으로 오르게 되고,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10만5843원에서 10만7441원으로 1598원 오르게 된다고 한다. 다만 지역가입자의 경우, 올해 9월부터 시행되는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실제 평균 보험료는 약 2만 원 정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40세 남자기준 실손보험 월평균보험료가 2021년 7월 1일 기준으로 1세대 실손보험은 4만749원, 2세대 2만4738원, 3세대 1만3326원, 4세대 1만1982원이라고 예시하였다.

단순 추계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65%의 평균보험료는 직장가입자 14만6712원, 지역가입자 10만7441원이 되고, 여기에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나머지 35%에 해당하는 비급여와 자기부담금에 해당하는 부분이 1세대부터 4세대 실손보험까지 평균적으로 위에서 예시한 바와 같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물론 연령, 직장, 지역별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추계와는 거리가 상당수 있으나 이러한 보험료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민영보험의 실손보험을 흡수하여 비급여와 자기부담금을 담보할 수 있다면 효율적인 관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이렇게 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의 고질적인 보장률 부족분을 해결하고 전 국민 건강보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해마다 인상되는 민영보험의 보험인상률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을 관리하는 민영보험사가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비급여 및 자기부담금 대부분을 의료의 전문가인 보건복지부에서 건강보험의 특약으로 실손보험을 관리한다면 좀 더 획기적인 관리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보험업계가 지금 실손보험을 관리하지 못하면서 손해율이 늘어가다 보니 실손보험상품은 계륵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암이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자기부담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비를 국가에서 지급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은 점진적으로 팽창을 거듭해왔으며 이제는 그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차제에 건강보험의 65%를 보장하는 국가에서 35%를 담보하는 민영보험의 실손보험을 흡수통합하여 국민건강보험의 특약으로 선택하여 가입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본다면 완벽한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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