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가상자산 침체 영향
3분기 매출, 전년비 15~19% 감소 전망
올해 글로벌 반도체시장 성장률, 작년 절반 수준 그칠 듯
캐시 우드, 실적 발표 전날 4000만 달러 규모 매각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은 67억400만 달러(약 8조9600억 원)로 시장 전망치 81억1000만 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3%에 그쳤다. 순이익은 72% 급감한 6억5600만 달러에 그쳤다. 주당순이익도 0.51달러로 전망치 1.26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엔비디아 실적은 주력 사업인 게임 부문 매출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고사양 그래픽 카드가 필요한 게임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효자 사업이다. 2분기 게임 매출은 20억4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세계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PC용 그래픽카드인 게임용 칩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PC 게임 수요 폭발에 힘입어 급성장한 그래픽카드 시장의 호시절이 저물고 있는 셈이다. 콜릿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 세계에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거시경제 역풍으로 게임용 칩 수요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장 침체도 엔비디아 실적에 악재가 됐다. 가상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더리움 기술 업데이트로 채굴 수요가 줄었다. 가상자산 채굴에 쓰이는 그래픽 칩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의 2분기 매출은 61% 증가한 38억600만 달러로 선방했다. 그러나 게임 부문 급감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망은 더 암울하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전망을 57억8200만~60억1800만 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19% 감소하는 것이다. 회사는 매장에 쌓여 있는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2분기 어닝쇼크와 3분기 우울한 실적 전망 소식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가량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41% 빠진 상태다.
엔비디아 실적은 우울한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제조사 인텔 역시 2분기 매출이 22% 급감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사 퀄컴도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5G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6억500만~7억 대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26.2%)의 절반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6%에 불과했다.
반도체 산업 경고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캐시 우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아크이노베이션상장지수펀드(ETF)는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 전날 400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올 들어 엔비디아 지분을 계속 늘려왔던 우드가 주식을 매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