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은 2.6%로 낮춰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월 전망치보다 0.0%포인트(p) 높인 5.2%로 제시했다.
이번 5.2% 물가상승률 전망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9.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쓰게 된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이미 6%를 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사상 최고 수준인 4%대 기대인플레이션율,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불안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물가 전망치는 4.5%였는데 이미 1~7월 누적 물가상승률이 4.9%에 달한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상승했다.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이에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와 내년 중 각각 5.2%, 3.7%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단기 물가 흐름은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도 외식 등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지난 전망 수준을 웃돌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또 최근 국내외 여건변화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장률은 올해 2.6%, 내년 중 2.1%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경제는 2분기 중 소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했다. 한은은 그러나 하반기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국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 둔화 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월 전망과 비교해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3.7%에서 4.0%로 0.3%포인트(p) 높였다. 소득여건 개선과 일상회복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부문별로는 서비스소비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국외소비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및 경기 불확실성 증대는 소비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비투자 성장률은 기존 -1.5%에서 -3.8%로 더 낮췄다. 글로벌 경기 둔화, 자본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제조업은 IT 부문의 투자가 하반기 중 일시 개선됐다가 조정되겠으며, 비IT 부문은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 항공운수를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건설투자는 건설자재 가격 상승세 둔화, 분양물량 증가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상품 수출 증가율과 수입 증가율은 각각 3.2%와 2.9%로 5월 전망(3.3%, 3.4%)과 비교해 모두 눈높이가 낮아졌다. 상품 수출은 중국, 미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의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면서 증가세가 보다 약화될 전망이다.
취업자 수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예상 규모를 58만 명으로 발표했는데,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16만 명 늘어난 74만 명으로 관측했다. 다만 상반기 94만 명에서 하반기 53만 명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경기 회복세 둔화 등의 영향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370억 달러, 34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5월 전망(700억 달러, 680억 달러)보다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4.9%였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2%대 초반, 내년 중 2%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