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대만 긴장감 등 주요인
늘어나는 수요에 코로나19 등 제약 겹쳐 공급망 위기
재고 쌓기 어려운 업계 특성도 발목
지난달 일본은 F-35 전투기에 탑재하는 공대공 미사일 ‘AIM-120’ 150기를 구매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국무부로부터 승인받았다. 계약금액만 2억9300만 달러(약 3820억 원)로, 거래 상대자는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다.
같은 날 미국은 레이저 유도 폭탄을 포함한 여러 탄약을 6억3000만 달러에 구매하려는 싱가포르 계획도 승인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선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 80기를 호주가 2억3500만 달러에 사들이는 것을 허락했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레이시온과 패트리엇 미사일 300기를 31억 달러에, 인도네시아가 보잉과 F-15 전투기 36기를 139억 달러에 계약하는 등 무기 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렇게 미국이 올해 들어 7월까지 승인한 방산 거래만 44건이다. 해외 군수품 판매를 감독하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이는 25건, 43건, 40건을 기록했던 지난 3년보다 많은 수치다.
활발한 거래는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중국이 대만 침공 훈련을 벌이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앞으로 국제적인 빅딜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망 제약이라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간 제조업계에 국한됐던 공급망 문제는 이제 방산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제너럴다이내믹스 등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부품과 인력 확보 어려움을 시인했다. 특히 기체 엔진과 반도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제조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용 효율성을 위해 부품 생산지를 여러 곳에 분산시켰는데,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완성품 공급에 애를 먹고 있다.
랜드연구소의 브래들리 마틴 이사는 “공급에 차질이 없을 때 이러한 생산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이익이 된다”며 “하지만 전염병이든 자연 재해이든 국제 분쟁이든 일이 발생하면 예상치 못하는 광범위한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방산 계약 방식도 공급망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레고리 헤이스 레이시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일반 사업과 방산 사이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방산업계는 전체의 10% 만이 장기 계약을 맺고 있고 보통은 정부로부터 새로운 승인을 받은 후에만 납품업체와 접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린 리드 타임(발주부터 납입까지의 시간)이 두 배에서 세 배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해외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업계는 앞으로도 공급망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제이 말라브 록히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해외 판매에서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회를 보고 있다”며 “잠재적 계약 시기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