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러시아 부수는 드론으로 방산대국 야망

입력 2022-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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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락타르 TR2,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효자 역할
현재 세계 4개 전투에서 게임체인저 역할 수행
미국제보다 싼 가격에 군사력 약한 국가들에 인기
에르도안 정부 무기 독립화 정책으로 무기 제조강국 부상
2001년 세계 36위 수출국서 현재 12위로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한 공군기지에서 1일 공군이 튀르키예(터키)제 드론인 바이락타르 TB2를 옮기고 있다. 빌뉴스/AP뉴시스
폭발적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땅으로 꺼진 리라 가치에 흔들리고 있는 튀르키예(터키)가 방위산업 부문에서는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기 제조와 관련한 튀르키예의 20년 프로젝트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체제에서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튀르키예제 무기는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튀르키예는 필리핀에 헬리콥터를, 파키스탄에 해군 코르벳함을, 케냐에 장갑차를 수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의 해군 순시선을 구매한 국가만 10개국에 달한다.

특히 미국과 같은 군사 대국에 비하면 작은 규모인 튀르키예의 방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던 것은 바로 바이락타르 TB2 드론 덕분이다. 바이락타르 드론은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폭격에 밀리던 우크라이나에 반격할 기회를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리비아, 아제르바이잔 등 최소 4개의 전투에 투입돼 있다.

이 무기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가 좋다는 점이다. 미국제 무인 공격기 MQ-9 리퍼의 경우 한 대당 수억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바이락타르는 6대를 지상에 운용하는데 고작 수천만 달러가 든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군사적 열세에 있는 국가들이 게임체인저로서 바이락타르를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7~2021년 무기 수출에서 터키는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이나 스위스보다는 밀리지만, 우크라이나와 스웨덴보다는 높다. 2001년만 해도 튀르키예는 36위에 그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월 3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튀르키예가 무기제조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던 데는 에르도안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에르도안 정부는 미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무기 공급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연간 600억 달러(약 79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무기 제조에 할애하고 있다. 덕분에 튀르키예군이 사용하는 무기의 약 70%는 자국에서 자체 제조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3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무기 거래는 이제 튀르키예의 외교정책 수단 중 하나가 됐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무기 판매로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튀르키예의 영향력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다만 드론 외 전투기 방공시스템과 같은 고액 무기에 있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게다가 2017년 러시아산 방공시스템 S400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F-35 전투기 공동개발 계획에서 낙마하면서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현재 F-35를 대체할 수 있는 F-16 구매를 놓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협상 중이다.

이스마일 데미르 튀르키예 방위사업청장은 “무기 제조의 100% 독립을 목표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논리적이지도 않다”며 “중요한 건 어느 때나 우리의 국익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린 무기가 공중에 국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육지와 바다, 수중을 위한 무기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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