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덕동과 주택공급 대책

입력 2022-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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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소덕동에 사는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덕동은 평균연령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들이 사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관할 지자체인 경해도는 인근 신도시 교통 환경 개선을 위해 소덕동을 관통하는 행복로 건설공사를 진행한다. 주민들은 개발로 인해 졸지에 집과 생업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소송 도중 소덕동 언덕에 있는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이 유력해지면서 결국 경해도는 팽나무 보존을 위해 행복로 노선을 바꾸게 된다.

소덕동 이야기처럼 개발과 보존의 문제는 현실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개발과 보존 둘 다 가치 있는 행위지만, 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했던 도시재생사업이다. 도시재생사업은 뉴타운 해제지역이나 노후된 저층 주거지 등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다만 이 사업은 지나치게 보존에만 집중하다 보니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에 최근 골목길 재생사업은 곳곳에서 철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역사 보존을 이유로 노후 아파트 단지 일부를 남기는 흔적 남기기 사업 역시 지자체의 거센 반발로 폐기됐다.

개발로 인해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일례로 3기 신도시 대상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토지 강제수용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토지 강제수용은 공익목적 사업을 위해 개인의 땅을 강제로 국가 소유로 옮기는 행위을 말한다. 문제는 3기 신도시 대부분이 그린벨트로 묶여있기 때문에 강제수용 시 책정되는 보상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이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주민들은 헐값에 집과 생계를 모두 잃게 되는 셈이다.

곧 새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나온다. 250만 가구 이상의 매머드급 공급 대책인 만큼 대규모 개발계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촘촘한 공급 대책과 동시에 탄탄한 사후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만 한다. 소덕동 주민들처럼 개발이 누군가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력이 부족했던 3기 신도시는 여전히 토지보상을 마치지 못했다. 가장 더딘 고양 창릉의 경우 본청약 계획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디 새 정부는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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