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렌즈] FTX, 한국 시장 눈독 들이는 이유

입력 2022-08-06 05: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가상자산(암호화폐) 선물 거래로 급부상한 미국 코인 거래소 FTX가 공격적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미국 코인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를 인수 예정인 FTX는 국내 대형 거래소 빗썸 인수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거래소를 2곳이나 보유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가상자산 억압 정책이 거래소의 성장을 막으면서 다른 나라에 인수될 처지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약세장은 기회…FTX, 전방위 확장 추진

FTX는 현물 거래량 세계 5위(5일 코인게코 기준), 파생상품 기준 2위인 정상급 거래소다. 약세장에 유동성 위기를 겪은 블록파이의 인수를 추진 중이며, 최근 국내 거래량 2위 거래소인 빗썸의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FTX가 빗썸을 사들이기 위해 진전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양사가 몇 달 동안 인수 문제를 논의해왔다는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빗썸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도 FTX의 빗썸 인수 추진설에 대해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빗썸의 매각 관련 소식은 꾸준히 나오고 있었지만, 그 대상이 자금력이 막강한 미국 거래소란 점에선 이전과 상황이 다르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 홈페이지

한국인이 만들어 준 독보적 1위 바이낸스

FTX는 국내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2017년 코인 광풍 때 빗썸과 업비트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거래량이 많았다. 아직도 업비트는 세계 2~3위를 오르내릴 정도로 성장했다.

독보적인 세계 1위 바이낸스도 한국 사용자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박상기의 난’으로 통하는 2018년 1월 사건은 바이낸스가 일약 세계적인 거래소로 발돋음 하는 기폭제가 됐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가상자산)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파장은 뜻하지 않게 바이낸스로 뻗쳤다. 발언 당일 바이낸스의 일일 가입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해외 코인 전문매체의 보도가 잇따랐다. 놀란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 계정을 앞다퉈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도 한국 시장에 대해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손꼽히는 중요한 시장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세계 거래량 1위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의 거래 화면

보물 제 발로 찬 정부

따지고 보면 빗썸이 FTX를 인수하는 반대의 상황도 가능했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소가 세계 시장을 석권할 기회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막힌 셈이다.

예컨대 해외 거래소들은 법적 회색지대를 이용해 국내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거래소는 외국인의 가입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자금세탁방지를 핑계로 외국인 가입을 원천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고객확인제도(KYC)와 자금세탁방지(AML)를 지키면서 외국인 가입자를 받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미국과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 거래소들은 우리나라 사용자를 차단하지 않는다.

바이낸스는 현물 일일 거래량이 업비트의 4배 이상이며, 파생상품 거래량은 62조 원에 달한다. 업비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2000억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낸스의 수익은 최소 연간 12조 원 이상이다. 파생상품 수익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이익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액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기준으로 추정하면 한 해 영업이익은 20조 원 이상도 가능하다. 사업 특성상 거래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코인 쇄국정책을 개선하려고는 하지만, 다시 세계 1위 탈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외국인 가입금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필수 인증 등은 세계적인 거래소 도약의 발목을 잡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