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美서 알츠하이머 논문 조작 논란…신약개발 국내 기업 영향은?

입력 2022-08-06 08:00수정 2022-08-06 15:4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최근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관련 연구논문의 데이터·이미지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데이터·이미지 조작이 의심된다고 지목된 논문은 2006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것입니다. 해당 논문은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원인의 하나로 ‘아밀로이드 베타*56(AB*56)’을 확인했다는 내용입니다. AB*56을 쥐에 주입한 결과 인지장애가 유발되고, 신경독성을 가진다는 것이었죠. 이는 알츠하이머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뒷받침하는 논문 중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해당 논문은 지난 16년 동안 약 2300건 이상 인용됐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 논문에 기반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제 개발을 해왔습니다.

이 논문에 대해 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연구자는 미국 밴더빌트대학교 매튜 슈래그(Matthew Schrag) 교수(신경과 전문의)입니다. 지난해 8월 슈래그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조작 정황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는 전문가들과 함께 슈래그 교수의 주장을 6개월 동안 조사·분석해 지난달 21일 조작 의심이 있다는 과학자들의 견해가 담긴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파장과 논란은 적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발표한 미네소타대학은 물론 네이처도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에 나섰죠. 네이처는 조작 의혹 관련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연구자들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지를 해당 논문에 첨부했습니다. 과거에도 일부 알츠하이머 연구에서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난 바 있던 터라, 이번 조작 논란은 관련 분야의 연구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특히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죠. 이들 기업은 자사가 개발 중인 치료제와는 무관하다며 해명에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밀로이드 베타*56(AB*56=56킬로 달톤 크기의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 중합체)’ 관련 논문의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으로 알츠하이머 진단과 치료, 치료 신약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국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알츠하이머 진단과 치료에 큰 변화나 영향은 없다”입니다. 즉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주거나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전반적인 근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죠.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번 논문 조작 논란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생성되면 서로 엉겨붙는 성질이 있어 올리고머라는 중합체를 형성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아밀로이드 단백질 중합체 올리고머가 시냅스라는 신경을 죽이게 된다는 것이 2006년 논문의 주요 내용입니다. 임 교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중합체 올리고머의 나쁜 영향에 대해서는 2006년 논문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로도 독립적인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이 여러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통해 계속 재현해 왔다”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2006년 네이처 논문이 설령 조작됐다 하더라도 그 사실 한 가지만으로 현재 아밀로이드 가설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해외 연구자들도 이러한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임 교수는 전했습니다. 알츠하이머협회가 운영하는 알츠하이머 포럼 온라인 토론사이트에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연구자들도 유사한 의견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논문이 조작됐다면 잘못이고 문제가 있지만 “2006년 네이처 논문의 중요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의견들도 굉장히 많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입니다.

또 다른 신경과 전문의도 임 교수와 유사한 의견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병원 신경과 A 교수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사망 후 부검 결과를 보면 아밀로이드 축적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 임상에서도 여러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나 혈관성 치매 환자들에게서 아밀로이드 여부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정도와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많이 밝혀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논문 조작 논란이 알츠하이머 진단과 치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그는 해당 논문 조작 정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개발에는 조금 타격이 있을 수 있고 향후 신약개발 방향에 다소 변화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에 대해 임재성 교수는 “최근 임상시험이 계속 실패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 자체가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라는 회의감이나 문제의식은 계속 있었다”라며 “다만 다른 많은 과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이 보여준 (아밀로이드 가설과 관련된) 연구 결과까지 다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확대 해석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등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면역치료 항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논문 조작은 이러한 연구를 통째로 부정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