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성과급 잔치말고 예대마진 줄여라

입력 2022-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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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2년반 동안 임원들에게 1000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 급증에 따른 고통이 가중되는데 은행 임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4대 시중은행의 임원급 1047명(본부장 이상 연간단위 중복 계산)이 1083억 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1인당 1억 원이 넘는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에서 455명이 347억4000만 원, KB국민 218명이 299억 원, 신한 238명이 254억 원, 하나 136명이 183억 원을 받았다.

국민들의 눈길은 몹시 불편하다. 경영을 잘한 보상으로 임원들이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게 없다. 그러나 은행은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예대마진)가 수익의 원천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은행들은 일반 대기업에 비해 성과급이 많지 않다며 볼멘소리다. 그러나 민간 대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은행들은 손쉬운 이자장사에 기대 돈을 챙긴다. ‘우물 안 개구리’인 국내 은행들의 경쟁력 또한 글로벌 주요 은행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최저수준인 연 0.50%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8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현재 2.25%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반면 예금 금리는 쥐꼬리만큼 올린다. 최근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예대마진은 대개 2%포인트(p)를 상회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1.5%p 수준보다 오히려 마진폭이 커졌다. 앞으로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다. 코로나 충격을 버티기 위해 대출을 늘린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은행은 진입이 규제되는 면허(免許)산업이다. 그런 만큼 일반 기업과 달리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과거 외환위기 때 파산을 막기 위해 수십조 원의 국민 혈세가 공적자금으로 투입돼 겨우 살아난 은행들이다. 그런데도 은행 임직원들의 임금은 다른 어떤 업종보다 높다. 시중은행 직원 평균연봉이 작년 1억 원을 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4대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 15조 원을 넘는 사상 최대의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예금금리를 더 올리고 예대마진을 축소해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야 할 충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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