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온라인 국민투표서 1위로 마감…규제 도입 당시와 지금 현실 달라져
새 정부가 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들을 손보겠다고 밝히면서 유통업계에서도 해묵은 논쟁거리였던 규제들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은 규제가 만들어진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이 사회 다방면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방안을 온라인 국민 투표에 붙였다. 이 안건은 투표가 시작된 이후 끝날때까지 계속 1위 자리를 지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투표가 종료된 지난달 31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은 57만7415표를 받아 10개 안건 가운데 1위로 마감됐다.
실제로 의무휴업이 폐지되기까지는 입법 과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불편함이 크다는 뜻을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제도 도입 당시인 2012년 ‘그 때’만 하더라도 대형마트 업계는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마트가 들어서는 곳마다 집값이 뛰고 일대 상가가 마트 위주로 재편됐다.
하지만 규제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대형마트는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커머스가 쇼핑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으면서 대형마트는 매장 수와 인력을 줄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세력 다툼에서 밀렸다.
소비자들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내가 좀 불편해도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10년의 세월동안 소비자 불편이 누적된 데다 '대형마트를 안 간다고 소상공인이 살아나냐'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영업규제는 과하다’는 의견으로 많이 돌아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년 이내 대형마트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응답자들의 67.8%가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는 29.3%, 규제 강화는 2.9%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응답했다.
유통업계의 해묵은 규제 논란은 대형마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도 시대 변화에 따른 규제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최근 면세점 특허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하고 면세한도도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면세한도 역시 일본의 1800달러, 면세 한도가 아예 없는 홍콩과 비교하면 마지막 개정 이후 8년간 물가상승률만 감안해도 200달러 인상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다.
그런가 하면 대형마트나 면세점과 달리 홈쇼핑업계는 인터넷TV(IPTV)와 같은 유료 방송사들의 'TV 송출 수수료'를 둘러싸고 규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는 홈쇼핑이 '방송 유통 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여러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이 도입되며 홈쇼핑의 TV 매출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내는 송출 수수료는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해 홈쇼핑이 유료 방송사들에 낸 송출 수수료는 2조2000억 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홈쇼핑사 전체 매출액은 약 3조8000억 원이었는데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송출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수수료를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제정할 당시에는 현실을 반영한 규제를 만들었겠지만 세월이 흐르 면서 상황은 계속 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못해 결국 피해는 업체와 소비자들이 나눠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