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 운명의 한 주…각자도생 속 파장은

입력 2022-07-20 16:57수정 2022-07-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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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11년 만에 첫 금리 인상 예고…빅스텝도 염두
6월 유로존 물가 8.6% 상승...패리티 균열도 자극
BOJ,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유지 가닥
연준은 최소 ‘자이언트스텝’

▲사진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AP뉴시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수 싸움이 시작됐다. 살벌한 물가를 제압하면서도 경기둔화를 방어해야 하는 까다로운 처지에 놓이면서다. 21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중앙은행이 줄줄이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금리를 결정한다. 각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ECB는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앞서 6월 ECB는 이달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ECB는 2011년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 이듬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2014년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논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CB가 매파로 빠르게 돌변하는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은 물가 급등세 때문이다. 6월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 물가가 1년 전보다 8.6%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1997년 이후 25년 만의 최고치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임금 인상 속도가 가파른 점도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게 만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20년 만에 1유로가 1달러를 밑돌며 패리티(1유로=1달러)가 깨진 것도 ECB를 자극하고 있다.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가치를 방어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ECB는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경기가 긴축을 견딜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서방 제재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하면서 상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유로존 경제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경기침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차단할 경우 유럽 일부 국가가 5% 이상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유럽 상황도 ECB의 고민을 깊게 한다. 지난달 ECB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후 재정 건전성이 낮은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매도세가 벌어지면서 금리가 치솟았다. ECB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역내 채권시장 분열이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됐다. 인상 폭과 속도의 절묘한 조절이 중요해진 셈이다.

같은 날 일본도 기준금리 향방을 결정한다. 일본은행(BOJ)은 현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ECB까지 11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BOJ의 고립은 더 심화하게 된다. 최근 분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BOJ는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게 잡으면서도 성장률 전망은 낮췄다. 계속된 통화완화 정책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서방사회와 비교해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역환율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만 초저금리를 고수하면서 안팎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올라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 연준은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ECB의 긴축 시동, BOJ의 비둘기파 고수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각자도생 방침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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