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청약종합저축 계좌(청약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를 넘겨받는 것도 주택법 위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사기, 주택법 위반,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주택법 위반 혐의 중 무죄 판결한 부분을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A 씨는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무주택자 등 아파트 특별공급 청약 신청 조건을 갖췄지만, 경제적 능력 등으로 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대상자들을 모집해 이들 명의의 청약통장 등을 매입한 뒤 중간 부동산업자들에게 판매해 재판에 넘겨졌다.
주택법은 ‘누구든지 주택법에 따라 공급되는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하기 위해 입주자저축 증서 또는 지위를 양도·양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한다.
1·2심은 A 씨의 주택법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인인증서, 청약통장 앞면 사진, 가입내역서, 계좌개설확인서 등은 주택법상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했다.
상고심에서는 청약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도 독자적으로 양도·양수가 금지되는 입주자저축 증서 등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공인인증서를 넘겨받은 것도 주택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돼 청약 계좌가 개설된 은행에 연계된 공인인증서가 있어야만 청약신청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 공인인증서를 양도하는 행위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사실 및 순위, 그에 따라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나 자격을 증명하는 전자문서’에 관한 접근 매체를 양도하고, 이로써 그 입주자저축 증서에 관한 법률상 혹은 사실상 귀속 주체를 종국적으로 변경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주택법에서 금지하는 ‘입주자저축 증서의 양도행위’에 포함되고, 이처럼 해석하는 것이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임의로 이전해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질서 교란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