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빅스텝 후, 기자간담회서 "물가 잡겠다" 수차례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는 시장에 물가를 잡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기본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고 각국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위해 14일 출국했다.
이 총재는 주요 의제에 대해 회원국들과 의견을 나누고, 세계 경제, 국제금융체제, 금융부문 세션 등에서 발언한다.
특히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책이 불확실성을 확대하거나 경제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게 실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전날 사상 첫 빅스텝 단행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애썼다. 먼저 그는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것은 (시장에)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상승률이 더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데 이를 각오하고서라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길 기다리는 것인지”라는 질문에 그는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바로잡았다.
그는 “의결문에 ‘물가 중심 운영’이라는 문구가 빠졌다고 해서 물가보다 경기(를 우선시하겠다) 이런 것은 전혀 아니며,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빨라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부분이 있는데 이게 훨씬 강화된 표현”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지난 5월 초 ‘빅스텝’ 발언 역시 당시에는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줬다는 비난이 일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사상 첫 빅스텝 단행에 대한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또 “연말 기준금리 2.75~3.00%의 시장 기대수준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3.00%를 상회하는 금리 인상은 고물가가 고착화돼야 한다"며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신얼 SK증권 채권 전략 연구원은 "이 총재가 시장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공격적인 긴축모드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간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로 치솟으며 자이언트 스텝을 넘어선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대두된 가운데, 이에 따른 금통위의 연속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전날 “이번 빅스텝은 예외적이었다며, 향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을 냈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선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