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만영화도 좋지만 ‘아트버스터’도 필요하다

입력 2022-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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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박꽃 기자
“그동안 10만 명 정도의 시장이 있다고 봤다면, 지금은 더 어렵다.” 예술 영화를 주로 수입, 배급하는 영화사 대표의 말이다. 좋은 예술영화를 들여오면 10만 명 정도의 관객은 찾아줄 거라고 예상해왔지만, 팬데믹 동안 영화관이 위축된 데다가 위드코로나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려는 상업영화들의 기세에 밀려 의미 있는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예술영화는 자본의 힘을 업고 ‘기획’된 상업영화와 대비된다. 감독의 작가주의적 관점이나 개성 있는 미쟝센 등 영화예술적 다양성이 무기다. 14만 명을 모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2018)’나 12만 명을 동원한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2019)’가 그렇다. 아트버스터는 347만 명을 동원한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2013)’처럼 마치 블록버스터같은 큰 흥행에 이른 경우다. ‘천만 영화’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일종의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자기 가치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문화적 힘이 있는 작품들이다.

팬데믹 이후에도 간간이 관심을 받은 예술 영화들은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심장 쫀득한 감옥 탈출 과정을 다룬 ‘프리즌 이스케이프(2020)’가 21만 명을 모으며 흥행했다. 할리우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타인의 만행을 고발하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 선언(2020)’이 18만 명을, 두 여인의 강렬한 사랑을 묘사하며 각광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퀴어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이 15만 명을 모으며 선전했다. 영화에 애정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본 제목들일 것이다.

‘범죄도시2’같은 상업영화의 흥행이 영화계 전반의 분위기를 살린다면, 예술영화의 흥행은 영화계의 다양성을 사수한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를 동시 석권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은 물론이고 입소문을 탄 ‘안테벨룸’과 ‘스펜서’도 10만 관객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반기에도 영화사진진, 그린나래미디어, 찬란, 오드, 판씨네마 등 감각 있는 영화수입배급사들이 품질 좋은 예술영화를 선보일 예정인 만큼, 아트버스터를 향한 관객의 애정과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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