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낙태전쟁 후폭풍, 사후피임약 품귀 현상

입력 2022-06-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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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급증에 유통사들 구매제한 나서
생리주기 앱 개발자들 이용자 익명화 작업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27일(현지시간) 연방 대법원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LA/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사후피임약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후피임약 사재기 수요 급증하자 유통업체들이 구매제한에 들어갔다고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헬스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사후피임약 수량을 고객 1명당 3알로 제한했다. 사후피임약 재고가 아직 충분하지만, 이 약에 대한 고객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 수량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약국 체인 라이트에이드코프도 같은 제한 정책을 취했다.

월마트는 구매 가능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이번 주에는 4∼6알 정도만 구매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마트는 온라인을 통해 주문할 경우 다음 달에 발송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월그린스부츠얼라이언스(WBA)는 한때 온라인 구매에 대해 수량 제한을 뒀지만, 잘못된 조치라며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후피임약 품귀 현상은 이미 예고돼왔다. 지난달 초 대법원 결정문 초안이 유출된 이후 사후피임약이나 피임 방법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급증했다. 미국 내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3종류의 사후피임약이 판매되고 있다. 이 가운데 ‘플랜 B’ 브랜드로 팔리는 한 종류만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는 대법원 판결 이후 피임약을 사재기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약 자체가 유통기간이 제한돼 있고, 꼭 필요한 여성이 제때에 복용할 수 없다”며 사재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여성 생리주기 확인 앱 개발자들은 이용자 정보 익명화 작업에 나섰다. 대법원 판결 뒤 자신들이 보유한 민감한 데이터들이 낙태가 불법화될지 모를 주(州)에선 앱 이용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쓰일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주의 절반이 넘는 26곳에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금지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4일 임신 후 약 24주까지 낙태를 인정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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