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지난 캐릭터·한물간 봉지빵의 부활…콧노래 부르는 유통가

입력 2022-06-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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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들이 메이플스토리 빵과 피규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GS25)

올들어 유통업계는 ‘캐릭터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캐릭터 덕을 많이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캐릭터들은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십수년 전에 유행하던 캐릭터들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소비가 떨어졌던 봉지과자나 봉지빵이 캐릭터를 달고 재등장하자 품절사태까지 일으키며 유통가를 웃음짓게 만들고 있다.

27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GS25는 최근 1주일 사이 점주들에게 메이플빵에 대한 발주제한을 2차례나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판매를 시작한 이후 하루 최대 발주량이 모두 소진되며 점포당 상품 5종에 대해 수량 1개씩으로 발주를 제한한데 이어 22일부터는 발주 주기를 기존 주 7일에서 주 5일로 축소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GS25 관계자는 “메이플빵 5종이 제조사 하루 최대 생산량인 상품별 1만 개가 넘어가는 상황”이라면서 “최대한 미납 없는 공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22일 발주분부터 발주 주기를 기존 주 7일 발주에서 주 5일 발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빵은 GS25가 넥슨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손잡고 내놓은 제품이다. 메이플스토리는 지난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세계 1억90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메이플빵은 출시 첫날 초도 물량 10만 개가 모두 팔렸고, 이후 하루 최대 발주 물량인 5만 개도 매일 완판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팬 커뮤니티에 메이플빵 사진과 함께 "편의점 15군데는 갔다"는 인증 글을 올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제품은 ‘띠부씰’로 불리는 스티커에 더해 함께 얻을 수 있는 스탬프가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포장 안에는 빵과 게임 내 인기 몬스터 5종의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 80종이 동봉돼 있는데, GS25는 메이플빵을 사면 스탬프를 적립해주고 스탬프를 일정 수량 모으면 경품을 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아이템이나 게임 피규어 세트 등을 선착순 지급해 유저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1973년에 출시된 삼양식품의 '짱구'도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짱구는 포켓몬빵이 나오기 전인 지난 해 11월 띠부띠부씰 1탄 '세계여행 시리즈'를 넣은 짱구를 출시했지만 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포켓몬빵이 나오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렸고, 올해 3월부터 띠부띠부씰 2탄 '직업여행 시리즈'를 넣은 짱구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포켓몬 띠부띠부씰의 인기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구매가 쉬운 짱구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평균적으로 3억 원대의 월매출을 기록하던 짱구는 4월 5억4000만 원, 5월 8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3.6%, 135.3% 성장한 수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원주 공장에서 생산하는데 최근 생산을 지난해보다 60% 가량 늘렸지만, 수요가 늘면서 유통채널의 요청에도 물량을 납품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올 하반기 77종의 띠부씰 3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켓몬빵 제품 (사진제공=SPC삼립)

이같은 레트로 제품 인기 시초는 2월 SPC삼립이 내놓은 포켓몬빵으로 볼 수 있다. 포켓몬빵은 여전히 오픈런이 발생할 정도로 생산량 전체가 판매로 이어지고 있고, 20일 기준 누적 3840만 봉이 판매됐다. 매달 1000만 봉 가량이 팔리는 것으로 여전히 편의점, 마트 등에는 배송차량이 들어오는 시간에 줄을 서는 풍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 유행 전성기를 지난 캐릭터와 띠부실, 그리고 봉지빵, 봉지과자가 인기를 끄는 것을 두고 유통가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면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최근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2040세대 또는 MZ세대가 어린 시절 접했던 제품이나 캐릭터에 향수를 느끼며 구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SNS 인증이 하나의 과정으로 굳어지면서 인기있는 제품을 인증하려는 수요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매력이 생긴 MZ세대가 어린 시절 접했던 제품에 대한 향수가 구매로 이어지면서 품귀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면서 “특히 부모가 된 이 세대가 자녀들에게까지 이런 분위기를 전하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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