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가솔린 기본모델 기준, 8.2% ↑
인센티브 변경 등 미국 가격은 조절폭 커
냉연강판ㆍ알루미늄 등 원자재 인상분 반영
재고 모자란 덕에 공격적인 제값받기 착수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카플레이션(car+inflation)’이 본격화하자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본격적인 제값 받기에 나섰다. 동일 모델을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8.2% 가격을 올렸지만, 미국 현지 권장소비자가격(MSRP) 인상률은 11%에 육박했다. 양국의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더라도 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미국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현대차와 현대차 미국법인 발표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 첫선을 보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부분변경 모델(더 뉴 팰리세이드)은 전작 대비 8% 수준 가격을 올렸다. V6 3.8ℓ 가솔린 모델 기본형(3573만 원)은 이전보다 8.2% 오른 3867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면서 고객 선호 사양을 기본으로 교체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편의 장비 추가 등이 이어졌다”며 “다만 원자재와 부자재 가격 인상요인 등을 고려해 내수시장에서 인상분을 최소화한 상태”라고 말했다.
2018년 말 출시 이후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이른바 “없어서 못 파는 차”가 됐다. 내수 자동차 시장이 다양한 편의 장비를 갖춘 크고 화려한 차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팰리세이드는 단박에 대형 SUV 시장의 부활을 주도하기도 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 아랫급 싼타페와 크지 않았던 가격 차이 등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내수에서 효자 모델로 등극했다.
사정은 미국 현지 역시 마찬가지. 현지 생산 없이 100% 국내생산(울산공장) 수출분으로 판매되는 북미 팰리세이드는 출시 초기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형제 차인 기아 ‘텔루라이드’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만큼, 현대차 팰리세이드 역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외 모두 예상을 넘어선 큰 인기 덕에 현대차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마저 나왔다. 출시 초기 1만 대가 넘는 사전계약을 기록하자 회사 내부에서는 “판매 가격을 1대당 100만 원씩만 더 올렸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마저 나왔다. 결국, 2018년 11월 첫선을 보인 이후, 라이프사이클(7년) 중반 기점인 2022년 5월,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시장 지배력과 계약 추이, 재고, 원자재 및 부자재 가격 인상분 등을 과감하게 반영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좀 더 과감한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급등한 상태다.
시장 조사업체인 JD파워와 LMC오토모티브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5월 신차 평균 가격은 4만4832달러(약 5800만 원)로 집계됐다. 경제매체 CNBC는 미국 내 신차 가격은 1년 새 12.6% 상승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하기도 했다. CNBC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자동차 할부 이자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중국의 봉쇄 조치에 따른 공급망 훼손, 재고 부족 등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수출형은 엔진과 변속기 등이 같은 반면, 필수 안전장비와 편의 장비 등에서 차이가 나 단순하게 맞비교가 어렵다. 한국과 미국의 물가 인상률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미국 현지에서 업계 평균 13% 수준 신차 가격이 인상됐다. 우리 차(팰리세이드)는 부분변경 모델인 점을 고려하면 인상률도 업계 평균을 밑도는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