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5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하자 9.64% ‘껑충’
지주사들이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서기 시작했다. 자회사에 비해 지주사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으면서 주가 하락세가 짙어지고 있는 탓이다.
30일 LG는 전 거래일 대비 9.64%(7200원) 치솟으며 8만1900원에 마감했다. 이날 LG의 주가를 끌어올린 건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였다. LG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4년까지 총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LG는 이와 함께 배당정책 개선안도 밝혔다.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라는 내용에서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일시적인 자회사 이익 변동이 발생해도 배당재원 안정성 및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조치다.
LG의 1년 주가 수익률은 -31.15%였다. 지난해 말 8만 원대였던 주가는 이달 10일 종가 7만900원까지 내려오며 신저가를 찍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발표에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면서 주가는 단숨에 작년 말 가격을 회복했다.
SK는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기존 배당정책과 아울러 최근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기로 했다. 신규 매입과 보유 자사주(24.3%) 소각도 고려할 예정이다. 작년 말 25만 원대였던 SK 주가는 연초 2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현금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포스코의 연간 총 배당금은 1만7000원에 달한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등 일부를 연내에 소각하고 2023년 이후의 새로운 배당정책을 수립하는 등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금융지주사들도 배당성향을 높이고 중간배당을 정례화하는 등 주주 잡기에 나섰다. 우리금융지주는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 30일로 명시하는 정관변경을 단행하며, 중간배당을 정례화했다. KB금융은 배당성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6%로 회복했다. 지난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전년 1770원에서 2940원으로 올랐다. 신한금융은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지주사들이 최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선 것은 주가 하락과 함께 저평가된 탓이다. 코로나19 전인 2020년 초 40% 수준에 불과하던 지주사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은 올해 들어 60%까지 상승했다.
지주사의 NAV 할인율이 계속 높아지는 원인은 물적분할, 모·자회사 동시 상장 확대 탓이다. 특히, 지주사와 주요 자회사가 동시 상장된 경우 자회사가 투자 대안이 되면서 지주사는 구조적인 NAV 할인 현상을 겪고 있다.
삼성증권은 “주요 투자 풀인 코스피200 유니버스 기준으로 금융 관련 지주사가 8개 일반 기업 지주사가 20여 개를 기록해 200개 종목 중 이미 15% 30여 개 종목이 지주사 형태라고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선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지주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시장의 중심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하면서 가격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경우가 생기지 않는 한 지주는 주주환원을 줄이지 않는다”라며 “주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불안한 투자심리와 함께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시험하게 될 텐데, 강한 지주를 선취매 하는 전략을 제시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