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피해자에게 다른 방법으로 5억 넘게 뜯어내…대법 “특경법 가중처벌 안 돼”

입력 2022-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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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시스)

같은 피해자에게 다른 방식의 범행으로 5억 원 이상 받아낸 사기범을 가중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여행업체 대표인 A 씨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B 씨에게 항공권블록사업을 운영한다며 원금손실 없는 사업이므로 투자하라고 속여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27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또 항공권블록사업으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는 수법으로 21명으로부터 3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따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병합 심리한 2심은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A 씨의 혐의 중 피해자 C 씨로부터 항공권블록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1억 2000만 원, 크루즈 여행사업 관련 차용금 명목으로 4억 9720만 원을 받은 것을 특경법상 사기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특경법은 사기 등 범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 원 이상일 때 가중처벌하도록 한다. 검찰은 별개 범죄로 보고 형법상 사기죄로 각 기소했으나 원심은 포괄일죄로 보고 특경법상 사기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공권블록사업 투자금 명목 사기죄와 크루즈 여행사업 관련 차용금 명목 사기죄는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아서 피해자가 같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설령 포괄일죄에 해당하더라도 검사가 형법상 사기죄로 기소했는데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형이 더 무거운 특경법상 사기죄로 처단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하는 점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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