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제연구소장
환율 예측은 IQ 50인 사람이 하든 IQ 200인 사람이 하든, 또 박사학위 여러 개 가진 사람이 하든 관계가 없다는 말이 있다. 누가 해도 틀리기 쉽고 맞는다 하더라도 실력으로 맞힌 것이 아니고 우연히 맞힌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환율 분석과 전망은 이렇게 신뢰성이 떨어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해 보자. 환율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이론적 경험적으로 볼 때 다음 세 가지로 모아진다. 이를 바탕으로 점검해 보자.
첫째는 기조적 요인이다. 환율은 한 나라 법정통화의 대외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한 총체적 신뢰가 반영되어 움직인다. 성장과 고용, 물가와 국제수지 등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국가의 돈은 시장에서 신뢰를 받고 장기적으로 가치가 올라간다. 이런 나라는 유로 도입 이전의 독일과 스위스, 미국 등이다. 이들 나라의 돈은 시장에서 안전통화로 인식되어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더 가치가 오른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수익보다 안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도 과거에는 안전통화로 인식되었으나 얼마 전부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듯하고, 이 때문에 원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보면 각 나라의 물가상승률 차이가 환율에 큰 영향을 준다. 물가가 많이 오른 나라의 돈은 가치가 떨어지고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 나라의 돈은 가치가 오른다. 물가가 많이 오른 나라는 같은 돈을 갖고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돈의 대외가치도 떨어지는 것이다. 이때의 물가는 부동산 가격까지 포함된 총체적 물가수준이다. 이러한 환율결정이론은 구매력평가이론이라 한다. 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기술 진보, 시장구조, 소비 행태 등 다양하지만, 물가가 중장기적인 환율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 정도로 미국의 8% 수준에 비해 낮지만, 미국 소비자물가에는 집값 상승분이 포함된 반면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의 실제 물가는 지수 상승률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의 높은 물가상승이 누적되어,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단기적으로 보면 각국 금리 수준의 차이가 환율을 변동시킨다. 금리가 높은 나라는 채권 등의 수익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외환 공급도 늘어난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가치가 오르게 되는 이유이다. 이렇게 금리 차이에 의해 환율이 변동한다는 이론은 이자율평가이론이라 한다. 이자율평가이론은 세계 어느 금융시장에서나 동일한 금융상품의 경우 가격이 동일해진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자율평가이론은 각국 채권의 위험도 차이, 과세 문제, 국가 간 자본이동의 제약 등으로 인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단기적인 환율 동향을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다. 현재 한국의 정책금리 등이 미국보다 높지만, 미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한·미 금리의 역전 가능성도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이렇게 기조적 중장기적 단기적 요인 모두 오를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는 알기 어렵다. 지금까지 상승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아직 덜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면 앞으로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는 알 수 있다. 한국도 빠른 금리인상을 통해 금리 역전 가능성을 줄이고, 집값과 물가를 확실히 안정시키는 일이 일차 과제일 것이다. 이어 국민경제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소비자물가에 집값을 반영시키는 것도 국민경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돈의 대외가치는 환율로, 대내가치는 물가로 표시된다. 돈의 대내외 가치를 지키며 성장할 수 있어야 진정 경쟁력 있는 국가이다. 한국은 독일 일본과는 달리 물가와 환율을 올리며 성장을 해왔다. 늦었지만 바뀌어야 할 때이다. 잘못하면 물가는 환율을 올리고, 고환율은 다시 물가를 올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고, 현재 이런 나라들이 꽤 있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 저유가와 저금리, 낮은 달러가치라는 3저 덕에 고물가와 고환율의 악순환에서 벗어났지만, 지금은 국제경제 환경이 모두 그때와 반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