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에 폭탄맞은 중기] 오일쇼크+기울어진 운동장+고삐풀린 물가...“중기 도산 위험 키운다”

입력 2022-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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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들이 고(高)유가에 짓눌리고 있다. 원재료 생산 기업은 유가 상승을 이유로 소재값을 올려 파는 반면 생산품을 납품받는 기업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고유가와 샌드위치 납품구조, 물가 상승 등의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중소기업이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농가 비닐과 생수 및 주류의 포장재를 제조하는 A기업은 지난달 원재료를 공급하는 국내 석유화학 대기업들로부터 폴리에틸렌(PE) 가격을 20만 원 추가 인상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원인은 유가 상승이었다. 이미 1~3월 40만 원을 인상한데 이어 이번 추가 인상까지 더해져 A기업은 원재료를 사는 데에 연초 대비 60만 원(톤당) 을 더 지불해야 한다.

레미콘 생산업체인 B기업은 이달부터 레미콘 단가 부담이 60% 가량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주요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 가격을 20% 가량 올릴 것으로 알려져 톤 당 9만3000만 원 수준인 시멘트가격이 11만3000원 안팎까지 뛸 것으로 예상돼서다. 골재 가격, 유류비 상승까지 더해져 레미콘 업체들은 삼중고에 휩싸였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 당 130달러에 육박할 만큼 급격하게 치솟았다. 지난해 4월 61달러 수준이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초 80달러 아래를 밑돌더니 지난 3월 123.7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강화한 영향이다. 이날 WTI는 100달러 수준으로 안정화 된 듯 보이나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도 비슷한 추세다. 유가 급등은 플라스틱, 철, 고무 등 자재 가격이 줄줄이 밀어올리면서 중소기업계 전반에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도 중소기업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A와 B기업은 원재료 값이 올랐는데도 이를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원자재가격변동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 10곳 중 9곳에 달하는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했다.

물가상승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부추기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의뢰한 지난해 조사에서 생산자 물가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0.27%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0.09%포인트)의 3배다. 순이익도 중소기업은 0.26%포인트 감소하는데 비해 대·중견기업은 0.02%포인트 올랐다.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서둘러야 중소기업의 숨통을 트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넘어가면 물가가 치솟고 이는 체질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영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를 도입하고, 여기에 민관 공동 협력 구축, 중기생산성향상특별법 도입 등이 더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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