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블랙리스트' 수사 본격화…종착지는 청와대?

입력 2022-04-0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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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전경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소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는 교육부와 통일부 등 다른 부처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사건 관계자들이 사퇴 압박 배경으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는 ‘윗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검, 3년 전 그 사건 강제 수사 시작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산업부 등 문재인 정부 행정부처에서 전 정권 인사들의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의 사장들이 사직서를 냈는데 이 과정에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 주요 의혹이다.

당시 사건을 고발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산업부 국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산하 4개 발전사 사장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로 불러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 발전사 사장들은 당시 임기가 1년 4개월~2년 2개월 남아있었지만 압박을 받은 직후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2019년에 고발을 접수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지난달 25일과 28일 산업부와 의혹이 제기된 산하 8개 공공기관에 압수수색을 벌이고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 중이다.

산업부에서 다른 부처로 번지는 ‘블랙리스트’ 수사

서울동부지검에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외에 다른 부처들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도 대기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교육부, 통일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산하기관장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했다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따라서 서울동부지검의 산업부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면 다른 부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1월 대법원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관련 인사들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이후 서울동부지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시작되자 법조계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선례로 자신감을 얻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말이 나왔다. 형태가 유사한 만큼 주요 정부 부처들의 블랙리스트 수사는 시간문제라고 본 것이다.

사퇴 종용에 청와대 개입 여부도 관심사다. 당시 자리에서 물러난 기관장들이 ‘사퇴 압박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 2년 2개월을 남기고 사퇴한 손기웅 전 통일연구원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관계자가 전화로 사퇴할 것을 통보했다”며 “청와대에서 이미 경질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사표를 낸 일부 당사자들이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주요 물증 등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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