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처음
경기침체 전 항상 금리 역전 일어나
미국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신호가 깜빡이고 있다. 연이틀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등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속에 채권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장중 2.39%에서 역전됐다. 10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8bp(1bp=0.01%포인트) 하락한 2.38%를 기록한 시점에서 2년물 금리가 2.40% 가까이 오른 탓이다.
두 국채 스프레드(금리차)는 개장 전 12bp에 가까웠지만, 장이 마감된 후엔 ‘제로(0)’에 더 가까워졌다. 장중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19년 8월 미·중 무역분쟁 이후 처음이다. 그 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올라가야 한다.
미 국채 금리 역전은 지난해 10월 20년물과 30년물 사이에서 벌어진 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연내 6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단기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전날에는 5년물과 30년물 금리가 무려 200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뒤집히기도 했다.
통상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 역전되는 일도 벌어진다. 투자자들은 경기 불안을 느낄수록 장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 경우 단기물의 가격이 내리면서 금리가 오르고 경기침체의 전조가 되는 것이다.
메들리글로벌어드바이저의 벤 에몬스 거시경제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없이 경기침체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며 “이날은 아마도 미래 경기침체를 예측할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금리가 역전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경기침체가 왔던 만큼 아직 주식시장에서 위협을 느낀다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도 투자자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 완화에 더 초점을 맞추면서 주요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홈리치버그의 스테파니 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많은 변동성을 보게 될 것으로 판단하는 만큼 올해 남은 기간 시장은 편안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 침체의 경우 내년이 걱정되긴 하지만, 올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를 예고한 에몬스 전략가 역시 “침체 시점은 불분명하다. 최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이번 신호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86년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침체 연관성에 처음으로 주목한 듀크대의 캠벨 허베이 교수는 “많은 사람이 금리 역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자기실현적 기대’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 설비투자와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