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다. 해외상품시장에서 브렌트유가 6일(현지시간) 장중 전 거래일보다 17.8% 오른 139.13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2.8% 뛴 130.50달러로 거래됐다. 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오일 쇼크’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 유가는 90달러 선이었으나 2주일 동안 50%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이 러시아 제재를 위해 유럽동맹국들과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다 이란과의 핵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영향이다. 러시아는 세계 3대 산유국이다.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변동성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올해 185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가뿐 아니라 곡물과 광물 원자잿값도 급격히 상승하면서, 겨우 코로나19 충격을 벗어나고 있는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 경제의 후퇴는 글로벌 경제를 가라앉히고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진다. 유가와 원자잿값 급등은 곧 국내물가에 반영된다. 한국은행은 이미 올해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3.1%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도 낙관적이다. 소비자물가는 고삐가 풀린 상태다. 작년 10월 3.2%(전년동월 대비) 이후 올해 2월 3.7%까지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달 물가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4%대로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런 가운데 환율까지 고공행진이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227.1원으로 마감했다. 2020년 6월 2일(1225.4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국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우크라 사태가 계속 악화하면서 단기적으로 환율이 1250원 선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7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가 2651.31로 2.29%나 추락한 것도 이 같은 시장 불안을 반영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1조 원 넘게 내다 팔았다.
과거 환율이 오르면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가 가라앉고 유가와 원자잿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입부담만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여건이 나쁜 상황으로만 치닫고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물가와 경기, 경제성장 전반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한데, 대외적 요인의 뾰족한 대응수단을 찾기도 어렵다. 정부는 더욱 엄중한 위기감을 갖고 비상한 경제운용 방안과 민생의 안정대책을 강구해야 하지만, 임기말 정부의 책임감이 도무지 미덥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