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방지, 금융ㆍ조세 손질
윤석열, 사전증영 통해 승계 진행
글로벌 공급난ㆍ52시간제 해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중소기업 살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균형’에, 다른 한 쪽은 ‘기업 승계’와 ‘글로벌 공급난’ 해결을 내걸어 세부적인 뼈대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중소·벤처기업 공약은 크게 △불공정 거래와 불법행위 근절 △기업성장 사다리 △ESG·탄소중립등 친환경·스마트화 지원 △ 투자형 R&D 펀드 1조 원 조성 등을 골자로 한다.
초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균형 회복’에 맞춰져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중소기업 7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업 간 불공정거래, 약탈적 하도급 거래, 관행화된 갑질과 내부거래, 강자의 시장 독과점 등 불합리한 시장 질서가 만들어 낸 뼈 아픈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향후 국정과제에서 ‘중소기업 제품 제값 받기’를 못 박아 두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해 공급원가 변동의 부담을 하도급에 떠넘기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또 하도급 갑질·기술 탈취 등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분쟁조정·손해배상에 대한 제도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자체 기술력을 빼앗기지 없도록 기술 탈취 방지시스템과 제도를 재정립하고, 피해구제 소송기간을 단축한다고 공약했다. 이같은 방안들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발간한 공약집에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금융·조세·규제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플랫폼 거래 환경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약도 공약집에 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이 후보는 온플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윤 후보의 중소기업 공약은 글로벌 물류대란 및 공급망에 대한 대응과 가업승계 요건 개선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가업승계 활성화다. 그간 우리나라에선 가업승계 시 높은 조세부담과 정책 부족 등으로 원활히 기업을 이어받기 어려워 우량 장수기업의 폐업과 매각이 적지 않았다는 게 윤 후보의 지적이다. 윤 후보는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사전 및 사후 요건(관리 기간 및 업종요건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하고, 사전(死前)증여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이 계획성 있게 승계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가업상속공제는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10년 이상 경영한 뒤 상속하면 과세대상 재산에서 최대 500억 원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상속 후 사후관리기간(대표직 지분 유지 7년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기업이 발을 맞출 수 있도록 업종 변경 제한을 폐지하고, 7년인 사후관리 기간도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선 주52시간제 역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주·근로자 합의를 전제로 연장근로 및 탄력근로의 단위 기간을 월단위 이상으로 확대해 총근로시간은 유지하면서 작업량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약속이다. 또 대·중소기업 복지를 공유하기 위해 대기업이 자사 근로자를 위한 프로그램·시설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공약도 나왔다. 대기업 복지 인프라를 중소기업이 함께 공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윤 후보 역시 납품단가 제도를 개선해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그린 전환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납품단가와 연동제와 탄소중립, ESG 등 두 후보 간 닮은꼴 공약은 중소기업의 처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영향이 크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두 후보가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많이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법 개정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또다른 산업계 등의 반발 등을 감안하면 얼마나 추진력을 갖고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