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윤ㆍ안 극적 단일화, 정말 효과 있을까…숫자로 따져봤더니

입력 2022-03-0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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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끌어안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꺼져가던 단일화 불씨가 극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3일 새벽 깜짝 회동을 갖고 전격 합의한 것인데요. 파행을 거듭하던 단일화 논의가 갑작스럽게 성사되면서 막판 대선정국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야당 측은 “선거 승리를 위한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며 한껏 고무된 모습입니다. 여당 측은 윤 후보와 안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합니다.

단일화, 정말 효과는 있는 걸까요?

윤-안, 전격 단일화 합의…민주당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 평가절하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습니다.

두 후보는 이날 오전 8시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후보 단일화 선언문을 읽어내렸습니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야당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두 후보는 “저희 두 사람은 원팀(One Team)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며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대오가 완성됐다“며 ”단순히 지지율 지표가 몇이 더해지고 빠지는 문제가 아니라 윤 후보의 포용력과 더불어 선거 막판에서의 이슈 선점과 기세 싸움에 있어 정권교체를 바라는 범야권이 우위를 가져간다는 걸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반해 여당은 침울한 분위기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현명하다. 지금까지 진행 과정을 다 지켜보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향후 선대위는 24시간 비상 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하겠다. 당원·지지자들이 비상한 결의로 나서주시길 호소한다“며 ”우리에겐 아직 6일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윤-이, 양자 대결 시 윤 후보가 앞서…안 후보 지지자들 “당혹”

도대체 ‘단일화’가 무엇이길래, 다들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요. 아니, 그것보다 단일화가 대선 판도를 바꿀 만큼 영향력이 클까요?

알아보겠습니다. 가장 명확하게 알수 있는 방법은 숫자입니다. 단일화에 따른 후보 간 지지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죠.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된 상황이어서 이를 정확하게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 깜깜이 기간이 시작되기 직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이달 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6.3%가 윤 후보를, 43.1%가 이 후보를 꼽았습니다. 윤 후보가 앞서 있지만 두 후보 간 격차는 크지 않습니다. 이 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6.7%였습니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6.7%의 안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에게 간다면 단일화 효과로 윤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그렇게 단순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의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질문을 던졌을 때 윤 후보가 48.4%로 43.5%의 이 후보를 앞서긴 했지만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고르게 상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또 다른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단일화 이전이자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다자 대결에서 윤 후보와 이후보는 각각 43.7%, 41.9%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윤 후보가 45.9%, 이 후보는 45.0%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일화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는 하나, 극적인 상승 효과를 보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 홈페이지 캡처.)

이는 단일화 이후 각 후보 지지자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두 후보의 단일화 보도가 나간 뒤 윤 후보 지지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안 후보 지지자들은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안 후보 캠프 홈페이지인 ‘안플릭스’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지를철회합니다“ ”실망스럽습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단일화“라는 지지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죠.

안 후보 지지자인 20대 이 모씨는 ”안 후보를 지지한 지지자들에 대한 예의가 없다. 이미 재외 국민 투표도 이뤄졌는데, 이 지지자들의 표는 그대로 사표가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지지자인 40대 박 모씨는 ”공약을 두고 서로 날을 세우며 싸우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후보들이 알게 모르게 단일화하면 지지자들은 그저 따르기만 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지율 1, 2위 간 격차가 크지 않는 상황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시기적으로 늦은 점 등을 들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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