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사태에 국내 기업 자금조달 ‘움찔’…“직접 영향 미미할 것”

입력 2022-02-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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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건물에 26일(현지시간) 교전 흔적이 보인다. 하르키우/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상장사 회사채 발행에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5일 KCC는 919억 원 규모 기업어음증권 발행 증권신고서에 국내외 경제 관련 우려 사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위협’을 기재했다.

민간소비 위축, 설비투자 지연, 수출 감소 등으로 국내외 경기는 물론 궁극적으로 KCC가 영위하는 사업과 재무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하이트진로도 700억 원 규모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공모사채 관련 증권신고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기관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상당 부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개별회사의 신용도 및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실적이 저조한 회사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는 지난 22일 3900억 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모집하며 ‘러시아 침공이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기재했다. 최근 WTI(서부텍사스유)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국내 기업에 실제적인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에 접수된 업계 애로사항은 지난 26일 오전 기준 30개사 35건이다.

항목별로 △대금 결제 15건 △물류 14건 △정보제공 6건이 접수됐다. 무역협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의존도가 70%인 품목은 47개 정도로 심각한 영향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태가 악화하면 에너지 원자재, 반도체용 희귀광물 등을 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우리 기업이 제조 원가 상승, 수급 차질 등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 침공이 변동성을 높이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직접적이거나 국지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채 모집에 거시적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될 수는 있어도, 큰 폭의 시장 위축은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근 20년 만에 전쟁 불확실성의 재출현은 글로벌 경제에 달갑지 않은 이벤트”라며 “신냉전 시대로 복귀 리스크와 에너지 공급망의 잠재적 불안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30년 만에 다시 직면하게 된 새로운 경제와 안보 환경이란 점에서 전쟁 그 자체를 떠나 새로운 리스크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교역 비중 1~2%에 불과해 직접 위험에 노출된 규모 미미하다”며 “국내 금융기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해외자산 익스포져 0.4%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높은 에너지 의존도에 따른 간접 타격이 우려된다”며 “대외 수요에 민감한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 구조상 지정학적 긴장감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 경제 충격에 따른 타격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침공 범위 한정 △서방 제재에서 원자재가 배제되는 것이 확인돼야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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